윤석열 대통령은 3일 더불어민주당이 국채 발행까지 거론하며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는 데 대해 “그럴 것 같으면 왜 25만원만 주느냐. 국민 1인당 10억원씩, 100억원씩 줘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은 물가와 정부 재정에 미칠 악영향을 간과한 포퓰리즘이라고 반어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를 주재한 뒤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세수 결손 상황에서 국채 발행을 동반한 현금 지원 요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재정이라는 것이 대차대조표의 대변·차변이 일치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막 얘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뻔한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171명 전원은 지난 5월 소득 수준에 따라 국민 1인당 25만~3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내용의 ‘2024년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면 12조8193억원, 35만원을 지급하면 17조9471억원이 필요하다고 추계했다.
정부는 현금 지원이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윤 대통령도 이날 “물가가 상상을 초월하게 오를 뿐 아니라 대외신인도가 완전히 추락한다”며 “대한민국 기업들이 밖에서 활동을 할 수도 없게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막연하게 ‘코로나 때 돈 많이 풀었는데 지금 어렵다’는 식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팬데믹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출 지원이 급증했지만 정작 영업은 제한돼 연체율이 높아졌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포퓰리즘적인 현금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도움이 절실한 소상공인들에게 맞춤형으로 충분한 지원을 펼치고, 구조적인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