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을 넘긴 노인이 목발을 짚고 휘어진 다리를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무료급식소로 다가온 그는 스테인리스 그릇과 작은 통 두 개를 봉사자에게 내밀었다. 음식을 받아간 노인은 다시 비닐로 덮인 움막 같은 거처로 돌아가 홀로 밥술을 뜨기 시작했다.
3일 세계성시화운동본부(성시본·대표회장 김상복 목사)와 함께 찾은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서 목격한 풍경이다. 이 노인에게 음식을 건넨 임명희 광야교회 목사는 “예전엔 교회에 출석하셨다고 했는데 현재는 치매를 앓고 있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임 목사를 도와 배식 봉사에 나선 김상복 목사는 식사를 마친 그를 위해 기도하며 위로를 건넸다.
성시본은 이날 무더위 속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자 광야교회 인근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에 나섰다. 급식에 앞서 고가다리 밑 임시천막에 마련된 무료급식소에 150여명이 모여들었다. 김 목사는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복음과 함께 천국 소망을 전했다. 이어진 식사는 광야교회와 남포교회(최태준 목사)가 함께 준비했다. 성시본은 300인분의 빵과 수박, 아이스크림을 지원했다.
김 목사와 김철영 성시본 사무총장은 매달 한 번씩 이곳에서 자원봉사 중인 남포교회 교인 10여명과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을 도왔다. 임 목사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이웃한 교회들의 후원을 통해 자체적으로 매일 세 끼씩 무료급식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비가 오며 더위가 한풀 꺾인 덕분에 오늘은 그나마 배식으로 인한 다툼이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배식 후 김 목사는 쪽방촌을 둘러보며 만나는 주민들의 손을 잡고 위로를 전하며 기도했다.
김 목사는 소외 이웃을 향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김 목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엔 이처럼 열악한 환경의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예수를 믿는 이들의 가장 큰 사역이 바로 소외계층을 위한 섬김”이라며 “365곳의 교회가 하루씩만 섬겨도 이 같은 사역이 더 수월할 듯싶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