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난성 장자제, 운무 속 하늘 찌르는 바위 기둥,여기가 무릉도원!

입력 2024-07-04 12:01
중국 후난성 서북부 장자제 황스자이에 올라 본 우지펑 일대. 다섯 손가락을 닮은 바위 기둥이 구름 위로 솟아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중국 후난성(湖南省) 서북부 장자제(張家界)는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명승지다. 한국인들의 사랑도 각별하다. 하나투어 등의 통계에 따르면 장자제는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힌다.

장자제는 1982년 중국 최초의 삼림공원으로 지정됐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수려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 관광지로 계속 개발되고 있다. 원시에 가까운 생태환경과 아열대 기후 특유의 자연경관은 장자제만이 지닌 최고의 매력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장자제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돼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중국 속담이 있을 정도다.

장자제는 ‘장(張)씨 집안(家)이 사는 경계(界)’다. 무릉산맥 깊숙이 첩첩산중에 있다. 장씨 집안은 누구일까. 이 지역을 지켰던 명나라 대의 뛰어난 장수 장만총(張萬聰)이 유력하다. 그의 공적을 기려 황실이 무릉산맥 일대의 땅을 하사하자 그는 가족을 이끌고 정착했다.

톈먼산 깎아지른 절벽에 조성된 아찔한 잔도.

내륙 험준한 산악지역에 자리잡은 장자제는 20세기 전까지 꼭꼭 숨어 있었다. 장자제의 명승을 외부에 알린 건 화가였다. 1979년 장쑤성(江蘇省) 출신 중국 화가인 우관중(吳冠中)이 장자제를 그림으로 담아 미술전에 출품했다. 그림 속 풍경을 비현실적인 상상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자 그는 심사위원을 장자제로 초청해 실제 풍경을 보여줬다.

장자제시 여행지는 크게 두 덩어리로 나뉜다. 시내 중심에서 가까운 톈먼산(天門山)과 거대한 바위 기둥으로 가득한 우링위안(武陵源)이다.

무릉원은 장자제 시내에서 차로 40분쯤 거리인 도심 서북쪽에 위치한다. 황스자이(黃石寨), 위안자제(袁家界), 양자제(楊家界) 등 무협지 속 풍경 같은 절경이 몰려 있다. 황스자이는 장자제에서 가장 먼저 개발해 관광객을 받아들인 구역이다.

하늘을 향해 불쑥 치솟은 바윗덩어리가 가득한 산 아래 계곡 진볜시(金鞭溪)를 먼저 거닌다. 계곡 물길 옆으로 바위 사이로 선계로 이끄는 듯한 길이 꼬불꼬불 이어진다. 머리 위로 하늘을 찌를 듯한 암봉이 운무를 뚫고 거대한 몸집을 자랑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황스자이에 오르면 아래에서 봤던 바위기둥을 눈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다. 능선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발아래로 선경(仙境) 같은 풍경이 눈을 호강시킨다. 누군가 바위를 다듬어 곳곳에 꽂아놓은 듯하다. 늘어선 바위기둥이 다섯 손가락을 닮은 ‘우지펑(五指峰)’도, 집채만 한 암봉이 열린 바위 문 형상을 한 쌍먼잉빙(雙門迎賓)도 운해 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약 3억 8000년 전엔 바다였으나 지각운동으로 해저가 육지로 솟아오른 뒤 침식과 풍화 작용 등을 거치며 이같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수를 자랑하는 천하절경이 이뤄졌다고 한다.

거대한 바위 구멍으로 유명한 톈먼산 앞에서 중국 소수민족 복장을 한 관광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자제 시내에서 케이블카로 바로 오를 수 있는 톈먼산은 ‘하늘(天)’에 ‘문(門)’이 있는 산이다. 해발 1528m의 거대한 바위 가운데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다. 오나라 때인 263년 천둥 번개가 치는 가운데 바위 절벽이 무너지면서 산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리는 기이한 일이 생겼다는 기록이 있다.

케이블카 운행 거리는 편도 7.45㎞. 시간은 편도 30분 남짓 걸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높이 131m, 폭 57m 압도적인 크기의 천문동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먼저 깎아지른 벼랑에 아슬아슬 매달린 잔도를 걷는다. 중간 유리 잔도는 아찔함을 더한다. 아래로 산기슭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이 이채롭다. 잔도를 걷다가 산속 바위를 뚫어서 놓은 에스컬레이터 7개를 갈아타고 내려가면 천문동에 닿는다.

해발 430m의 산정호수 바오펑후(寶峰湖)도 볼거리다. 댐을 쌓아 물을 막은 인공호수로 아름다운 호수와 신비한 주위 환경이 어울린 무릉원의 또 다른 장관을 보여준다. 호수를 감상하기 위해선 유람선 관람이 제격이다. 이곳에 나무꾼과 선녀 전설이 서려 있다. 하늘에서 8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는데 나무꾼이 옷을 훔쳐서 아직 하늘로 못 올라간 선녀가 이곳 호수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기이한 종유석들이 어우러진 황룽둥.

석회암 용암동굴인 황룽둥(黃龍洞)도 빠뜨릴 수 없다. 길이 15㎞ 동굴 안에 폭포와 호수는 물론 기이한 종유석들이 어우러져 지하세계의 예술미를 뽐낸다.

여행메모
인천~장자제 직항편 이용… ‘페이’로 QR코드 찍고 주문·결제

댐 조성으로 생긴 산정호수인 바오펑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장자제로 가는 직항편이 있어 편하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장자제 허화 국제공항까지 약 4시간 소요된다. 중국동방항공, 중국국제항공 등을 이용하면 상하이, 베이징, 옌타이 등을 경유해 허화공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장자제는 연 평균 기온 섭씨 16도, 연강수량 1200~1600㎜로 비가 많이 온다. 여행 기간 날씨가 맑으면 '3대가 복을 받는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비가 오는 흐린 날씨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계곡과 협곡으로 이뤄진 산세가 운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장자제의 가장 유명한 실외공연은 톈먼산을 배경으로 한 야외 무대에서 펼쳐지는 천문호선쇼다. 여우와 선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웅대한 공연이다.

중국에서 결제는 현금보다 '페이'가 중요하다. 알리페이를 깔면 편하다. 식당이나 편의점 등에 가면 알리페이 또는 위챗페이로 QR코드를 찍고 주문 후 결제하는 것이 상용화돼 있다.



장자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