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의 자진사퇴는 방통위의 업무공백을 최소화, 공영방송 이사진 지형을 차질 없이 재편하려는 일종의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김 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 직후 한국방송공사(KBS), 방송문화진흥회(MBC의 대주주),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임원 선임 계획을 의결했는데, 이 계획의 마무리 과정에는 ‘2인 이상’의 전체회의 의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 후임을 폭넓게 찾겠다는 입장이나 인선에 오랜 시간을 들이진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하면서 “국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 인선 절차도 잘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다양한 인사를 찾아보자”는 취지의 주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이날 바로 후임자 지명이 이뤄지진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후임 위원장 지명 시기에 대해 “‘조속한 시일’까지는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의 인재 물색이 언제까지나 여유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 임명을 위해서는 방통위가 최소한 ‘2인 체제’는 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이사진 임기는 다음 달부터 만료되기 시작하는데, 특히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은 이미 공모 절차가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회의’라는 것은 2인 이상이 모여서 해야 되니까 (1인 체제는) 안 된다”고 밝혔었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번주 중 후임자를 지명하고, 20여일의 인사청문 기간을 거쳐 이달 말에는 후임 위원장을 임명할 것으로 본다. 관건은 야당의 태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 등 김 위원장 후임 인선 과정에서 ‘무조건 비토’ 태도를 보일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이 주도한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 모두를 위법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나아가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라고 비판해 왔다.
반면 여권은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가 오히려 그간 편향됐던 방송 지형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시각으로 맞서고 있다. 여야의 싸움 속에서 방통위는 최근 13개월간 기관장이 여섯 번 바뀌었다. 이상인 부위원장은 이날 김 위원장 자진사퇴로 위원장 직무대행이 됐는데, 이번이 세 번째 직무대행이다. 위원장들이 탄핵안 발의 직후 사퇴하는 일이 되풀이된 데 따른 것이다. ‘2인 체제’ 위법성을 강조하는 야당은 후임 위원장에 대해서도 또다시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