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체제’로 방송통신위원회를 운영해온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본인의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보고 직전 자진사퇴했다. 지난해 12월 2일 이동관 전임 위원장이 탄핵안 처리에 앞서 자진사퇴한 것과 같은 장면이 7개월 만에 되풀이된 것이다. 야당은 “고위공직자로서 무책임한 ‘꼼수 사퇴’”라고 비판했고, 대통령실은 “국정 공백 상황을 계속 만들어가는 민주당의 ‘탄핵 남발’”이라고 맞섰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사의를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면직안을 재가했다. 김 위원장은 국무회의 참석 대신 정부과천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야당의 탄핵소추 시도는 직무정지를 통해 방통위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2인(위원장 포함), 국회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등 5인 체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국회 추천 3인이 임기만료 등으로 떠났고, 후임 위원들이 제때 임명되지 않으면서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만 남아 있었다. 야당은 ‘2인 체제’의 의결은 절차적으로 위법하고 ‘방송 장악’ 의도라며 김 위원장 탄핵을 추진했다.
김 위원장은 “2인 체제가 바람직하진 않지만 위법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에 임하는 대신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일단 탄핵안이 통과되면 직무가 정지되고, 이 부위원장 1명으로는 방통위가 ‘식물 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자진사퇴하면 공백이 1개월 정도지만 헌재까지 가면 4~5개월”이라며 “본인의 결심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국회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가 “대상자의 사퇴로 탄핵 절차는 끝났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탄핵조사’는 어려워졌다. 민주당은 대신 당론으로 ‘방송장악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김 위원장 후임으로는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경원 박장군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