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점입가경이다. 연일 치고받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지금 나랏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방통위 문제인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김홍일 방통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했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요구로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기 전 자진 사퇴했다. 앞서 야당은 지난달 27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에 맞서 이튿날 방통위는 8~9월 임기가 만료되는 MBC·KBS·EBS 공영방송 3사의 임원 선임 계획을 기습 의결했다. 야당은 김 위원장 포함 친여 위원 2명만 있는 방통위에서 김 위원장을 탄핵시켜 임원 선임을 막으려는 것이고, 김 위원장과 대통령실은 2명의 위원을 유지하려는 꼼수로 자진 사퇴와 새 위원장 임명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국회와 대통령실, 정부 위원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결국 여야 모두 방송 장악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권은 현 방송사 경영진이 친야 성향이라 교체하려는 것이고, 야당은 친여 성향 새 경영진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 테다. 여권은 방송 정상화라 하고, 야권은 방송 장악 저지라고 부르짖지만 양쪽 모두 같은 꿍꿍이라는 걸 국민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이다. 정치권이 방송사 경영이나 보도에 영향을 끼쳐선 안 되고, 방송사도 특정 정파에 치우친 방송을 해선 안 된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그간 선거의 전리품인양 방송사 경영진 교체를 계속 시도해 왔고, 방송을 둘러싼 편파 시비도 끊이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똑같은 갈등을 무한반복하고 있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이다. 정치권과 방송사 모두 자성해야 한다. 차제에 방통위나 방송사들이 보다 엄정하게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걸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학계에선 영국처럼 국회 산하에 방송통신 규제기관을 두는 걸 제안하고 있다. 편파보도 시비를 줄일 방송사들의 자정 노력도 요구된다.
여야는 방통위를 둘러싼 소모적인 대치를 속히 중단해야 한다. 국민들 보기에 그리 중하지도 않은 문제로 연일 소동을 피우는 건 국민 대표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방통위 사안보다 더 중요한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건 여야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여야 지도부가 빨리 절충점을 찾아 대치를 끝내고, 당장 해결이 안 된다면 냉각기라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