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 선교보다 마음돌봄·섬김 우선해야”

입력 2024-07-03 03:02
명지대에 재학 중인 독일 유학생들이 지난 5월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캠퍼스에서 열린 월드페스티벌 부스에서 독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명지대 제공

전국 4년제 기독교대학 27곳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이 3만47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 18만여명 중 17%를 차지하는 비율로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선교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독교대학 교수들은 유학생에게 기독교 가치를 주입하기에 앞서 섬김의 마음으로 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효과적인 장기 선교 전략이라고 제안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국적은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순으로 많았다.

최근 한국대학선교학회에서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발제한 장형철 인덕대 교수는 “기독교대학은 예배만 앞세우는 직접적 선교보다는 대학마다의 ‘보편적인 가치’를 담아 효율적인 유학생 선교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각 기독교대학은 다양한 유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 중 25%에 해당하는 2400여명의 유학생이 있는 명지대는 문화·한국 적응 교육 프로그램 외에도 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중 ‘월드페스티벌’은 캠퍼스에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부스를 설치해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행사다. 최근에는 이 행사 수익금 170여만원을 유학생들이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도움과 관심의 대상이던 유학생들이 교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나눈 셈이다.

김진옥 명지대 교수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학생들은 외국인 학생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고 유학생들은 주변부가 아닌 중심에서 한국 학생들과 하나 된다는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숭실대 교목실은 학기 중 ‘성경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글교실은 매 주일 한 차례 진행된다. 전문 선교단체와 협력해 진행하는 한글교실에는 유학생 50~60명이 참석하는데 적지 않은 수가 기독교인이 아니다. 단순히 한글이나 성경을 배우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 외로운 타국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기 원하는 유학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고형상 숭실대 교수는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유학생을 살뜰히 보살피고 사랑을 많이 나눠준다. 그 마음을 보고 유학생들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충남 천안 백석대의 백석대학교회에는 유학생을 전담하는 팀이 있다. 공규석 목사는 “교인으로 구성된 도우미 10여명이 유학생과 교제하면서 문화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며 “코로나19 전에는 교인들이 연말에 집에 가지 못하는 유학생을 집으로 초청해 한국 가정의 따스함을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대학이라 할지라도 종교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외국인 유학생을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인 유학생 중 기독교가 아닌 종교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70% 이상인데 이들에게 전형적인 예배를 권하기보다 보편적인 사랑이나 이웃 섬김 등의 가치를 언급하는 게 훨씬 좋다”면서 “외국인 학생을 포교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말고 우선 섬기며 존중하는 자세로 만나는 게 이들을 복음 안에서 장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박용미 박윤서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