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선교·공동체 외에 교회 건물·재정·프로그램은 부차적”

입력 2024-07-03 03:06
브라이언 샌더스 언더그라운드네트워크 설립자가 2일 제2회 프레시 콘퍼런스가 열린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교회의 선교적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회는 그저 예배 보는 장소가 아닙니다.”

언더그라운드네트워크 설립자 브라이언 샌더스 전 대표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교회는 단순히 예배를 보는(관람하는) 장소가 아니라 선교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2일 제2회 프레시 콘퍼런스가 열린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샌더스 대표를 만났다.

샌더스 대표는 청년 시절 자신이 가졌던 분노를 소개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당시 신약성경을 열심히 읽으며 신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졌던 그는 교회가 밖으로 나가 하는 활동이 왜 그렇게 적은지 의문을 품게 됐다. 당시 그를 사로잡았던 생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나오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 교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생각은 그의 사역을 이루는 기초가 됐다. 30대 초반이 됐을 때 그는 청년 시절 꿈꾸던 것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10명의 구성원과 함께 1년간 아시아의 가난한 지역에서 사람들을 섬기며 생활했다. 이때의 경험이 언더그라운드네트워크라는 사역 단체를 태동하게 했다.

교회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묻자 샌더스 대표는 그리스어 ‘에클레시아’를 언급했다. 에클레시아는 ‘밖으로’를 뜻하는 에크와 ‘부르다’를 뜻하는 칼레오의 합성어로 ‘부르심을 받아 나온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부르심에 의해 존재한다. 몇 명이 모였든 모인 사람 모두가 세상 밖으로 나가 하나님의 선교를 실천할 임무를 받은 사람들”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이 말은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그 안에 있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교회의 강함을 결정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회의 필수 요소로 ‘예배’ ‘선교’ ‘공동체’를 꼽으면서 “이것들 외에는 건물도 재정도 프로그램도 모두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교회를 축구에 비유하기도 했다. 팀에 리오넬 메시나 손흥민 같은 슈퍼스타가 있다고 해도 그 팀이 가장 강한 팀이 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는 게 샌더스 대표가 말하는 축구와 교회의 공통점이다. 그는 “교회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며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선교적 부르심을 받은 성도 전부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 교회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설립한 언더그라운드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선교에 대한 열정을 가진 (작은) 교회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교회의 최우선 목표가 선교라면 교회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언더그라운드네트워크는 그렇게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진지하게 예수를 따르는 성도라면 선교에 대한 부르심에 순종할 수밖에 없다는 그의 확신은 교회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보여줬다.

현재 언더그라운드네트워크는 200개의 마이크로교회로 구성돼 있다. 마이크로교회는 많게는 200~300명 규모의 교회부터 10명 이하의 작은 모임까지 다양하다. 전 성도가 선교하는 교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필리핀 등 6개국 10개 도시에서 사역을 펼치고 있다.

샌더스 설립자가 2일 콘퍼런스에서 강의하는 모습. 프레시 콘퍼런스 제공

샌더스 대표는 “마이크로교회는 기존 교회의 틀을 벗어나 창의적이고 실천적인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성도들은 자신의 소명과 열정을 따라 소규모 공동체를 형성해 선교적 사명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어린이를 위한 상담, 알코올과 마약 중독자를 위한 사역, 고장 난 자전거를 수리해 노숙자들에게 나눠주는 일, 성매매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돕는 활동 등 다양한 유형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는 교회 지도자들을 향해 “리더가 할 일은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선교적 사명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양=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