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스테처 미국 캘리포니아 탈봇신학교 학장은 이 대학과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로 재직하며 선교적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학자다. 탈봇신학교는 바이올라대의 신학대학이다.
2일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만난 스테처 학장은 “한국교회가 마주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회 안팎에서 선교적 사명의 열정을 갖고 예수님이 부여한 임무에 동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테처 학장의 저서 ‘변화하는 교회(Transformational Church)’에는 북미 7000여개 교회를 대상으로 교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가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이들 교인 대부분은 교회 안에서 ‘소비자’가 되길 원했다. 소비자가 되고자 하는 교인들은 교회 찬양이 좋은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서비스가 좋은지 등을 기반으로 교회를 결정했고 “교회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시간과 돈을 소비하겠다”는 이들을 기반으로 대형교회가 성장했다.
“미국 교회의 가장 큰 실수는 ‘선교’ 없이 매력만 제시한 것”이라고 진단한 스테처 학장은 “80~90년대에 외형적으로 현대적 교회의 모습을 갖춘 교회가 성장했지만 정작 중요한 진정한 믿음과 선교의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사이 세대가 바뀌었다. ‘무교(Nones)의 증가’는 종교에 대한 MZ세대의 특징으로 자주 꼽힌다. 이들 문화는 세속적이고 다원적이지만 교회의 세속성은 강하게 비판하며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스테처 학장은 “이 세대가 보여주는 성 정체성 혼란, 도덕성과 존엄성 훼손 등은 이들이 자신들의 문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모습”이라며 “교회가 이들을 사랑으로 품을 준비가 돼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에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이들에게 교회가 어떻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스테처 학장은 “역설적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는 것이 그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인의 삶에서 예수님이 보여주셨던 섬김의 모습이 드러나야 하고 이것이 교회 밖 공동체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스테처 학장은 “인간을 이 땅에 보내신 이유는 성부 하나님이 성령을, 성령 하나님이 성자를 보내신 삼위일체 원리와 같다”며 “특정 사역자가 아닌 모든 성도가 보내심을 받은 자”라는 걸 강조했다. 그는 “성육신과 같이 세상에서 예수님의 삶을 닮아 사는 것이 선교적 삶”이라고도 했다.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고 사는 삶에 대한 고민은 2000년간 교회가 씨름해 온 문제다. 스테처 학장은 “비기독교인들과 모습은 같지만 삶의 방식이 다른 것이 선교적 임무를 실천하는 기독교인의 바람직한 자세”라며 “‘하나님의 침노하심’을 입은 기독교인들이 교회 밖 공동체에 사랑과 거룩함 유연성 섬김 청지기적 삶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거룩한 선교자라는 임무를 받은 성도들의 실천은 교회와 목회자가 제시한 복음적 메시지보다 세상 사람들에게 더 강력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과 미국 교회의 쇠퇴 속에서 교회는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스테처 학장은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교회가 외적인 것에 집중해 온 그동안의 성장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반성과 진단이 내려졌다”며 “복음이 주는 메시지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교회가 이를 ‘어떻게’ 전할지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한다면 사람들은 영원한 진리인 복음의 가치를 찾아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양=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