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넘는 한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 한복판엔 한인교회가 있다. 시대와 환경이 변하면서 부침을 겪어오던 한인교회도 전면적인 체질 개선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이민자 감소다. 미국으로 향하는 한인 이민자가 감소하면서 교회로 유입되는 새 교인도 덩달아 줄고 있다.
2일 뉴욕대 로스쿨 이민정책연구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국 태생 미국 전체 이민자 수는 1980년대 이후 꾸준히 늘었지만 2010년 110만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19년 103만9000명으로 내려앉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반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주권 취득자도 감소세다. 팬데믹 이전에는 한 해 평균 2만5000명 남짓한 한인이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코로나와 이민 제한 여파까지 겹치면서 2020~2021년엔 반토막 가까이 줄었다.
이 같은 영향은 고스란히 미국의 한인교회로 전달되고 있다. 이민자들의 교회 의존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1980~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 잠시 주재원으로 오더라도 생활 정보를 얻고 인맥을 만들기 위해선 교회가 유일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카페나 SNS가 확산되면서 굳이 교회에 등록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교회를 향하는 발길이 줄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교회 폐쇄와도 무관치 않다.
미 기독교 비영리재단인 재미한인기독교선교재단(KCMUSA)의 ‘2021 미주 한인교회 센서스’(2022년 발간)에 따르면 미 한인교회는 2798개로 집계됐다. 2019년 3514개에서 700여곳이 사라졌다.
한인교회 내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한인교회 부흥을 이끌었던 1세대 교인이 빠르게 줄고 2, 3세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데 나이뿐 아니라 사용하는 언어가 ‘한국어→영어’로 바뀌고 있다. 언어 문제로 세대 간 단절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박규완 미국장로교(PCUSA) 중서부한미노회장은 지난달 PCUSA 중서부한미노회 100회 정기노회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들어 확연히 이민자가 줄고 있고 특히 시카고는 유입 인구가 다른 도시에 비해 더 낮다”면서 “대부분 한인교회 평균 나이가 60대 후반으로 고령화되는데 젊은세대는 영어를 사용하다 보니 세대 간 격차도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한인교회가 더욱 교민사회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고 다문화 교인을 품어야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적인 디아스포라인 미 한인교회 미래는 ‘다문화교회’로 향하는 분위기다.
최근 방한했던 권준 PCUSA 한인교회전국총회(NCKPC) 총회장은 “20년 안에 적지 않은 한인교회가 영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교회가 될 가능성이 크며 장기적으로 다민족교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국교회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카고=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