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1.2억 들인 50쪽 보고서’에 대한 산업연의 엉뚱한 해명

입력 2024-07-02 07:30

산업연구원(이하 산업연)은 지난달 27일 연구개발적립금을 수년간 방만하게 운영해왔다는 기사(국민일보 6월 27일자 16면 보도)에 대한 보도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잘못이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산업연은 연구 사업 재원으로 프린터 토너를 구입한 것도, 인턴 급여를 지급한 것도 모두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지침을 따른 정당한 집행이었다고 주장했다. 50페이지짜리 해외 동향 요약 보고서에 1억2700만원의 과도한 비용을 책정했다는 지적을 두고는 “국민의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보도”라고 했다.

산업연은 위탁 과제 관련 의혹을 설명하는 데 해명자료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해당 과제를 수행한 해외 학술 단체와 대표 연구자가 저명한 해외 석학이므로 그 결과물도 ‘동향 요약’ 수준으로 평가해서는 곤란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는 산업연이 처음 내놓은 해명과는 달랐다. 산업연은 취재 과정에서 국민일보에 보낸 서면 답변에 해당 과제가 “EU·미국·중국에 대한 원고를 모두 작성하고 관련 전문가 네트워크와의 공동 세미나 개최, 일본 전문가 추가 추천, 원고의 품질 관리를 수행한 데 대한 대가”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원고 50페이지에 대한 대가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세미나 발표 등 보고서 작성 이상의 수행 업무가 포함되면서 용역 비용이 커졌다는 설명이었다.

세미나와 관련해 연사 초청비, 사례비 등을 별도로 편성한 후 보고서 과제에 포함했다는 산업연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통상 연구과제를 위탁하면 보고서를 맡기는 데 그치는데 세미나 발표, 연사 섭외까지 업무에 포함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산업연이 과제에 세미나 발표 등을 무리하게 포함시켰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산업연이 해명에 급급한 나머지 문제 소지가 있는 해명을 했다가 뒤늦게 주워 담은 것으로 의심된다. 국책연구기관으로서 해명보다 문제 소지를 점검하고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의재 경제부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