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국회서 격돌… 野 집중 추궁, 용산 “사실 무근”

입력 2024-07-02 01:05
정진석(가운데)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성태윤(왼쪽) 정책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은 이날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운영위에 출석했다. 최현규 기자

대통령실 참모진과 야당이 1일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두고 국회에서 격돌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지만, 대통령실 측은 “격노설은 들은 바 없다”고 일축하면서 공방을 벌였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야당이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1일 진행한 대통령실 현안질의에서 야당 측은 대통령실의 외압 행사 여부를 규명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22대 국회 개원 후 정 실장을 비롯한 비서실·안보실 주요 참모들이 국회에 출석한 건 처음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하셨느냐.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는가’라는 취지의 내용을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VIP 격노설’은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쟁점이다. 그러나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며 격노설을 부인했다. 이어 “들은 적이 없고, 주제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했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왜 격노했다는 언론 보도에 항의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 차장은 “보통 너무 어이없을 때는 대답을 안 한다”고 답했다.

정진석 실장은 나아가 “전언의 전언을 통해 들은 주장과 느낌만 있을 뿐 실체적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이) 아주 소설을 쓰고 있다”며 미국산 소고기 수입, 천안함 폭침, 세월호 사건 등과 관련된 ‘괴담’을 열거한 뒤 야당이 이번에도 “감성적 선동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혐오를 조성하고, 정권을 찬탈하려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외압 의혹과 관련해 야당 측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한 유선번호 ‘02-800-7070’의 사용 주체를 밝히라는 요구도 했다. ‘800’은 대통령실에서 사용하는 유선전화 앞자리로 알려졌는데, 야당은 해당 번호 통화 기록이 수사 외압 의혹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확인불가한 기밀 사안”이라며 확인을 거부했다. 정 실장은 “지금 이 회의는 실시간으로 북에서도 시청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이 추진하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정 실장은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다시 한번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정 실장은 관련 질의가 나오자 “불법적인 녹취와 촬영을 한 저급하고 비열한 공작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은 있는 포장 그대로 대통령실 청사 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에 언급된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언급에 대해 이도운 홍보수석은 “대통령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대통령은 현재 필요 이상의 유튜브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판 송경모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