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마존과 인텔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CEO)와 잇따라 만나며 광폭 행보에 나섰다. SK그룹은 향후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핵심으로 한 ‘AI 밸류체인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인데, 최 회장이 쌓은 빅테크 CEO와의 네트워크가 뒷받침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지난주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앤디 재시 CEO와 만나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동향을 살피고, 양사 간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고 1일 밝혔다. 아마존은 반도체 설계부터 서비스까지 AI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빅블러(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 한가운데 있는 기업이다. 머신러닝 학습과 추론에 특화한 자체 AI 반도체 ‘트레이니움’과 ‘인퍼런시아’를 개발했다. 이들 반도체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들어간다. 아마존이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사로 꼽히는 이유다.
최 회장은 인텔 본사를 방문해 팻 겔싱어 CEO와도 만났다. 두 사람은 첨단 반도체 제조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두 CEO와 만난 사진을 게재하며 “이들이 엄청난 힘과 속도로 세상을 흔들 때 우리도 100보, 1000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 28~29일 열린 SK그룹 경영전략회의 직전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이들과 만남을 통해 AI와 반도체에 집중하는 것이 SK그룹이 나아갈 방향성이라고 확신하고 주요 경영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빅테크와의 만남을 이어갈수록 최 회장은 재계에서 손꼽히는 ‘AI 리더’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엔비디아와 대만 TSMC,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빅테크 리더들을 연이어 만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단순한 재계 총수가 아닌 AI 리더라는 이미지를 쌓아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