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전을 한다. 북미 원주민의 문화와 예술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국내 첫 전시다. 미국 덴버박물관과 공동 기획으로 꾸려졌다. 덴버박물관은 미국 박물관으로서는 최초로 100년 전부터 우리가 인디언이라고 불렀던 북미 원주민의 예술품을 수집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덴버박물관의 관련 소장품 1만8000여점 가운데 엄선한 토기와 직물 등 공예품 150여점이 나왔다. 이들의 삶을 형상화한 사진과 회화도 나왔다.
인디언이라는 용어는 1492년 이탈리아 탐험가 콜럼버스가 항해 끝에 도착한 북미 대륙을 인도로 착각하면서 잘못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부터 그곳에 살던 북미 원주민은 북쪽 알래스카에서 남쪽 뉴멕시코에 걸쳐 부족이 570여개나 될 정도로 다양하다. 전시를 기획한 김혁중 학예연구사는 “북미 원주민에게 일상과 예술, 종교는 경계가 없다. 일상용품이 예술품이었고, 가치관과 세계관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추억의 스낵 ‘인디안밥’의 봉지 이미지에 쓰일 정도로 북미 원주민의 아이콘인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사진)을 당연히 볼 수 있다. 2m가 넘는 길이에 촘촘히 박힌 독수리 깃털은 그들이 족장에 대해 가졌던 존경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대평원을 이동하며 사용했던 이동식 보금자리인 티피도 실물로 볼 수 있다. 가장 이색적인 것은 사슴 가죽으로 만든 아기 요람이다. 아기는 지게처럼 생긴 그 휴대용 요람에 목만 내놓은 채 엄마 등에 업혀 세상을 관찰했다.
전시를 봐야 할 더 큰 이유는 북미 원주민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문장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맑은 하늘은 어여쁘다./푸른 풀은 어여쁘다./하지만 더 어여쁜 것은 사람들 사이의 평화다’(오마하족 잠언)
“대지를 잘 보살펴라. 그것은 네 선조가 준 것이 아니라 네 후손이 빌려준 것이니.”(북미 원주민 잠언)
지구 환경을 파괴한 탐욕의 대가로 코로나 재앙을 맞은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아닌가. 전시장 곳곳에 붙여진 문장은 우리가 자연 및 세상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죽비 같은 가르침을 준다. 10월 9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