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무장관 신설, 협치로 이어지려면 대통령 의지 뒷받침돼야

입력 2024-07-02 00:30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달 중 발의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해 정무장관직을 신설키로 했다. 민생·개혁 과제의 갈등 조정, 단일 부처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의 민첩한 해결 등 정무장관이 필요한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방점은 국회와의 소통에 찍혀 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1일 “국회와 정부의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정무장관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소통과 설득 없이는 국정 운영이 어려운 현실을 정부 직제에 반영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협치를 위해 정무장관을 둔다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이를 뒤집어 ‘정무장관을 두면 협치가 이뤄질 것이냐’는 질문에 이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소통은 형식보다 의지의 문제다. 현재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맡고 있는 소통 역할의 격을 장관으로 높인다고 해서 소통의 질이 높아지리라 단언할 수 없다. 정부의 ‘의지’를 좌우하는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협치에 무게를 싣지 않는다면 장관이 아니라 총리가 맡는다 해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무장관 신설에 대한 평가도 과정보다 결과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 역할을 통해 우리 정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더 정확히는 새로 만든 이 자리를 대통령이 어떻게 활용하는지, 이제부터 주시해야 할 것이다.

새 국회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정치를 하러 왔는데 대치만 했다”는 어느 초선 의원의 푸념처럼 생산적인 입법 활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검과 탄핵을 둘러싼 정쟁이 국회를 점령했고,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조장하는 입법 폭주가 당연하다는 듯 벌어지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저성장의 구조적 위기부터 요동치는 세계 질서와 인공지능 시대의 거대한 변화까지 당면한 과제들은 대치 일변도의 국회에 발도 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정치가 지속되게 놔둘 수 없다. 어떻게든 변화를 끌어내야 하며, 정무장관이란 자리가 정치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하도록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정무장관직과 함께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계획도 발표했다. 대통령실에 이와 관련된 수석비서관을 두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얼마 전에는 민정수석도 신설됐다. 여러 과제를 다루느라 정부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출범 당시의 ‘작은 정부’ 원칙이 퇴색하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정책 기조에서마저 이 원칙이 허물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