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1등급 1.47%… 의대 증원이 불러온 ‘용암모평’

입력 2024-07-02 04:11

의대 증원 이후 치러진 첫 대학수학능력시험 공식 모의평가는 변별력이 대단히 높았던 시험으로 평가됐다. 영어는 절대평가 전환 이후 가장 까다롭게 출제돼 1등급 수험생이 직전 시험 대비 5분의 1로 줄었다. 영어 성적은 의대 입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와 맞물려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요소여서 사교육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4일 시행된 ‘2025학년도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1일 발표했다. 6월 모의평가는 오는 11월 14일 치러지는 수능의 ‘리허설’ 격인 시험이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이 주관하는 공식 모의고사로 실제 수능의 출제 경향과 난이도를 가늠하는 용도 등으로 활용된다.

이번 모의평가는 상위권 변별력이 매우 높았다. 국어의 경우 원점수 만점자에게 주어지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48점, 1등급 구분점수(컷)가 132점이었다. 1등급 내 최고점과 최저점이 16점 차이다.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52점, 1등급컷이 135점으로 17점 차이였다. ‘불수능’보다 어려운 ‘용암수능’이라고 평가됐던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수준으로 어려웠다.

영어 1등급 비율은 1.47%였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후 수능과 모의평가를 통틀어 가장 낮은 비율이었다. 9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5764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지난해 6월 모의평가 2만9042명(7.6%)의 5분의 1 수준이다.

평가원도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평가원 관계자는 “응시집단의 특성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출제 경향 변화에 수험생이 적응하지 못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에 따른 실력파 n수생 유입을 지나치게 의식했으며, 지난해 킬러문항 논란 뒤 지문보다 선택지를 어렵게 하는 등 출제 방식을 바꿨는데 수험생들이 크게 애먹었다는 얘기다.

상위권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수능 등급 하한선) 충족에 비상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의대 모집인원이 대폭 늘었지만 대다수 의대는 최저학력기준을 내리지 않았다.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학교생활기록부나 논술 성적 등이 아무리 좋아도 탈락하므로 이번 시험에서 영어 등급이 떨어진 수험생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어 2등급 인원도 8%에 불과해 1등급에서 3등급으로 추락한 수험생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에게는 당락이 갈릴 수 있어 불안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