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힘들다… 수익성 적신호 꺼지지 않는 정유업계

입력 2024-07-02 07:02

정유업계가 수익성 악화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 하락세가 이어지는 데다 수요 침체, 국제유가 하락 등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이 쌓여가고 있다. 일부에선 내년까지 정제마진이 상승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유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거란 예측을 내놓는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전주보다 배럴당 0.5달러 상승한 8.5달러를 기록했다. 6월 셋째주(8.0달러)에 비해 0.5달러 올랐다. 그러나 최근 정제마진은 바닥권에 머무는 중이다. 정제마진은 5월 마지막 주에 5.4달러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금도 연중 최고치인 지난 2월 첫째주(15.1달러)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운영 및 원자재 비용을 뺀 가격이다.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 이익은 많아진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5달러 안팎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2분기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긴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정유업체들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의 매출액이 지난 1분기 9조385억원에서 2분기 8조8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 매출액도 지난 1분기 5911억원에서 2분기 1725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의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제유가 하락세도 정유업체들의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분기만 해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상승세를 보였지만, 2분기 들어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달에는 81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국제유가는 정유업계의 재고평가와 연결된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할 때까지 3~4개월 정도 시간을 두는데, 이 기간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제품 가격도 하락한다. 기업으로선 원재료(원유)를 비싸게 사서 제품을 싸게 팔아야 하는 ‘밑지는 장사’인 셈이다.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점도 정유업체들의 위기감을 키운다. 일반적으로 2분기는 자동차, 항공기 등 이동 수요가 늘어나는 ‘드라이빙 시즌’으로 정유업계의 성수기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런 계절적 효과가 사라졌다. 일부에선 정유업계의 장기 침체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유가 및 정제마진을 끌어올릴 요인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