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딴 리튬 배터리 화재, 효과적인 대응 체계 갖춰야

입력 2024-07-02 00:32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화성 리튬 전지 공장 참사 일주일 만에 서울 지하철에서 또 리튬 배터리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리튬 배터리는 열과 충격에 약해 폭발 위험이 크고, 일반 소화기로는 진화가 어렵다. 정부는 이제서야 제2의 화성 화재가 없도록 리튬 전지 소화기 인증 기준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늦은 감이 있으나 서둘러 인증 기준과 효과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제 새벽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과 대치역 사이 선로에서 발생한 특수차량의 화재는 리튬 배터리 때문으로 드러났다. 차량 엔진룸 배터리에서 불이 난 것이다. 리튬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등으로 구성되는데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 화재와 폭발이 일어난다. 진화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종종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 이상 올라가는 열폭주도 일어난다. 불산 등 인체에 해로운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출근길 인파가 많은 시간에 사고가 났다면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참에 지하철 유독가스 배출 시스템을 점검하고 방독면 비치 등도 챙겨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리튬 같은 가연성 금속에서 발생하는 화재에 대비한 전용 소화기가 없다. 소방청은 리튬 배터리 등 금속 화재에 대한 소화기기 인증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런 기준이 이미 도입돼 있다. 우리도 변화하는 재난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준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근 전기차는 물론 노트북, 휴대전화, 친환경 에너지 저장장치 등 우리 일상에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리튬은 가볍고 높은 전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편리한 만큼 금속 화재라는 새로운 재난의 위험도 커진 셈이다. 정부는 잇따르는 리튬 화재 사고에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