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출 규제 연기·가스료 인상 보류, 정책 원칙은 무엇인가

입력 2024-07-02 00:31
서울 시내 주택가 건물에 설치된 가스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주택용 및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에 대해 1일 인상을 보류했다.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로써 주택용 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 MJ(메가줄)당 1.04원 오른 뒤 14개월째 제자리다. 도시가스가 원가 이하로 공급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 상태가 심각하다며 ‘적절한 시점 인상’을 언급해오던 정부가 정작 결단을 또다시 미뤘다. 정부가 정책의 예측가능성은 물론이고 원칙마저 저버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가스공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원가의 80% 수준으로 가스를 공급해왔다. 원가의 100% 미만은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뜻이다. 공사의 도시가스 미수금(영업손실)은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공기업 부채 확대는 국민부담 증가라는 점에서 정부도 가스요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한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5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원가 이하로 공급되는)가스와 전기는 다르다”며 “적절한 (가스요금 인상)시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겨울철은 난방으로 가스 사용량이 많아, 여름철이 가스요금 인상의 적기로 꼽힌다. 홀수달에 가스요금이 조정되기에 시장은 7월 인상을 예상했었는데 결국 빗나갔다.

정부는 물가 급등 상황에서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1년여간 가스요금을 동결했다. 최근 대통령실이 공공연히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할 정도로 물가상승이 둔화되자 이제는 물가 안정 추세를 해칠 수 있다며 가스요금 올리기를 주저한다. 에너지가격 정책에 대한 정부의 기준과 잣대는 도대체 무엇인가.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려다 보류 또는 연기하는 일이 요새 비일비재하다. 금융당국은 가계빚을 줄이려고 지난 1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가 시행 일주일 전에 연기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공매도 금지는 6월 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금융감독원과 대통령실 사이에 혼선까지 빚어진 끝에 내년 3월까지 연장됐다. 정책이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면 시장이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겠나. 정부에 대한 불신은 정책 효과마저 떨어뜨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