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가에 떠도는 미스터리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북한이 언제 7차 핵실험을 하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해 금방이라도 떠날 것 같았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도대체 언제 이임하느냐는 것이다. 7차 핵실험은 2022년 3월 북한의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 선언 이후 한·미 전문가들이 제기해 왔는데 ‘조만간 할 것 같다’는 전망만 무성했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싱 대사는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싱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우리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부터 이임설이 나돌았다. 당시 대통령실은 “중국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교체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여당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싱 대사 교체를 요구했던 건 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윤석열정부를 향해 도 넘은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싱 대사가 최근 본국으로부터 귀국 명령을 받아 조만간 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적인 ‘전랑(늑대전사) 외교’로 한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그가 이임한다니 다행스럽긴 하나 1년 이상 버틴 것만으로도 왠지 한국 정부가 ‘의문의 1패’를 당한 격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불쾌하다고 비판까지 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그가 지난해 이후 한국에서 불이익을 봤을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1일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에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등과 회동했다. 또 올 상반기에 김진표 국회의장, 박형준 부산시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경식 경영자총협회장, 윤진식 무역협회장 등과도 만났다.
싱 대사 교체를 둘러싼 우여곡절은 외교가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자초지종을 더 따져봐야겠으나 우리 정부가 그간 너무 물렀거나, 싱 대사가 수완이 좋았거나 둘 중 하나는 맞는 얘기 아닐까.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