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 열기가 망설여진다.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거대한 필터가 있다면 어떨까. 그 거대한 필터 역할을 하는 게 도시숲이다.
도시숲이 맑은 공기를 제공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 도시숲은 턱없이 부족하다. 산림청은 기후재난 대응 방안으로 도시숲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미세먼지 차단숲’으로 시작해 지난해 ‘기후대응 도시숲’으로 이름을 바꿨다. 도시의 여름철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게 목적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숲 1㏊는 대기오염물질을 연간 168㎏(미세먼지 46㎏) 흡착·흡수한다. 나무 47그루의 미세먼지 흡수량은 경유차 1대의 미세먼지 발생량과 맞먹는다. 나무 1그루는 공기청정기 10대와 에어컨 10대의 효과를 발휘한다.
도시숲은 여름철 한낮 기온을 3도 이상 낮추고, 습도를 9~23% 높이는 온도조절 기능을 한다.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탄소저감원이기도 하다. 바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건 덤이다.
산림청은 2006년 경기 시흥시 산업단지와 주거지역 사이에 도시숲인 ‘곰솔누리숲’을 조성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2001년부터 2022년까지 곰솔누리숲 주변 지역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숲을 조성한 지 3년 이후부터 주거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산업단지보다 1.7배 빠르게 감소했다.
시민 건강, 지속 가능한 문명과 숲의 공존이라는 숙제의 해법을 도시숲 조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사회 전반의 노력으로 최근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대체로 낮아지고 있다. 특히 도시숲 조성 3~5년 이후부터 산업단지와 주거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박 연구관은 “도시숲을 점차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시숲이 지닌 대기오염물질 및 탄소 흡수, 폭염 저감 등의 다양한 기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성 직후 지속·안정적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흥·인천=글·사진 이병주 선임기자 ds5ec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