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뜨거운 정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대선 1차 TV토론 결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후보직을 사퇴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당분간 사퇴 시나리오가 미국 정치권에 확산될 분위기다. 대선까지는 4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고, 미 대선 특성상 스윙스테이트 표심이 당락을 결정하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어느 후보가 당선될지 예측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확률에 금융시장이 초점을 맞출 공산이 높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높아질수록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신 공급망 구축을 축으로 한 바이드노믹스가 대부분 폐기될 수 있음은 주식시장과 산업 흐름에 큰 변화를 줄 것이다. 또한 미·중 갈등을 넘어 미국과 우방국 간 관세전쟁 가능성은 미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큰 걱정거리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세와 금리 인하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와의 갈등도 증폭될 전망이다. 환율 정책에 있어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캠프 측에서는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제2의 플라자합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연준과의 금리 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더불어 달러 약세 유도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외환시장도 큰 변동성 장세에 직면할 여지가 크다.
미 대선과 달리 유럽 정치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프랑스 조기 총선 결과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1차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극우 내각 출범이 현실화됐다. 금융시장은 극우세력 집권을 우려하고 있다. 포퓰리즘 정책 추진에 따른 재정 리스크, 반이민 정책, 반기후 대응 그리고 친러 정치 색채 등은 가뜩이나 더딘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극우 내각이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프렉시트마저 주장하고 나선다면 금융시장이 큰 소용돌이에 직면하게 되면서 유로화 가치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와 함께 영국도 정권 교체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나마 영국의 경우 야당인 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노동당이 친기업적 정책 등을 통한 경제성장, 공공투자 확대, EU와의 협력 증대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국 금융시장이 노동당 집권을 반길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당 집권 시 재정 건전화 지연, 임금 상승 및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는 경계되는 부분이다. 이달 중순 개최될 중국공산당 3중전회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시진핑정부가 위기에 처한 중국 경제를 구할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이처럼 글로벌 주요국이 예상치 못한 정치 혼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는 고물가 장기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유명한 선거 문구였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가 30년 만에 ‘문제는 물가야, 바보야’라는 문구로 수정돼 전 세계 정치와 경제를 흔들고 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정치 혼란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정책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트럼프플레이션’이다. 프랑스 극우 내각과 영국 노동당 집권 시 우려되는 리스크도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다. 전 세계가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또 다른 고물가를 촉발시킬 수 있거나 최소한 ‘중물가·중금리’ 국면의 장기화로 이어질 잠재적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