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시작 … ‘무좀·사타구니 완선’ 등 곰팡이 질환 조심하세요

입력 2024-07-02 12:01

장마철에는 없던 질병에 걸리거나 평소 앓던 병이 악화하기 쉽다. 우선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창궐하기 십상이다. 무좀균은 고온다습하고 피부가 밀폐된 조건에서 잘 번식한다. 신발은 두세 켤레 준비해서 번갈아 신는 것이 좋다. 젖은 신발은 충분히 말린 다음 신어야 한다.

사타구니 양쪽에 생기는 무좀인 ‘완선’은 발에 있던 무좀균이 옮겨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 무좀과 완선은 병변 부위가 습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적절한 항진균제 연고를 한 달 정도 바르면 치료될 수 있다.

염증성 피부 질환인 ‘간찰진’도 습한 날씨에 잘 생긴다. 목의 주름 부위를 비롯해 무릎 뒤, 손·발가락 사이, 엉덩이, 가랑이 등 피부 면이 맞닿는 곳이면 어디든 생길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정준민 교수는 1일 “특히 빗물과 접촉한 후 씻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빗물에 섞여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피부를 자극한다. 이는 염증 반응으로 이어져 붉은 반점 같은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피부가 접히는 부위는 습하지 않게 관리하고 시원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상이 가벼우면 약한 스테로이드제나 항생제 연고를 바르면 좋아질 수 있다.

장마철에는 세균 번식 속도가 빠르다. 살균 효과가 있는 햇빛의 자외선량이 줄어드는 것도 세균의 활동에 영향을 준다. 특히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이질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에 의한 세균성 식중독에 주의해야 한다. 세균은 0~60도에서 잘 번식한다.

따라서 음식 보관은 4도 이하에서, 가열은 60도 이상에서 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지원 교수는 “다만 포도상구균, 바실루스균, 클로스트리듐균의 독소는 가열해도 증식할 수 있다. 음식물은 오래 보관하지 말고 조리한 음식은 가능한 한 즉시 먹는 게 식중독 예방의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또 장마철에는 햇빛양이 줄면서 잠자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저하되고 이로 인해 불면증 환자가 많이 늘어난다. 이런 계절성 불면증은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만성 불면증이나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장마철 불면증을 피하려면 전날 잠을 잘 자지 못했더라도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오전에는 최대한 밝게, 저녁에는 어둡게 생활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돕는다.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 ‘하지불안증후군’도 심해진다. 이 질환 역시 햇빛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낮에는 괜찮다가 잠들기 전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함, 쑤시거나 따끔거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등 불편함을 느껴 숙면을 하지 못하게 된다.

신경과 전문의인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아침에 해를 일찍 보느냐에 따라 숙면의 정도가 달라진다. 뇌 신경에는 식사·수면 등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생체 시계가 있는데, 이는 빛에 의해 조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침에 빛을 보지 않으면 진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해를 많이 볼 수 없는 장마철에는 햇빛 대신 형광등이나 스탠드를 켜 빛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