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서 일하던 소년, 은탑산업훈장을 받다

입력 2024-07-01 08:14

부산의 한 빵집에서 잡일을 도맡던 18세 소년이 5성급 호텔의 총주방장이 됐다. 그뿐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국내 셰프 가운데 처음으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이는 김봉곤(54) 롯데호텔 부산 총주방장의 이야기다.

김 총주방장을 지난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만나 어떻게 훈장까지 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에서부터 조리복과 모자까지 챙겨온 모습에서 꼼꼼한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스팸 문자인 줄 알았습니다. 은탑산업훈장이 무엇인지 찾아보고는 이렇게 큰 상을 왜 나한테 주나 의아했어요.”

은탑산업훈장은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금탑에 이은 2등급 훈장이다. 지난해 2030 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행사에 다수 참여한 점, 지난 4월 열린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케이터링 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낸 점 등이 훈장 수상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매일 500t의 식자재를 동원해 선수와 대회 관계자 등 1500명가량의 식사 3000인분을 준비했습니다. 매일 현장을 일일이 점검했죠.”

그는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직원들의 묵묵한 노력이 뒷받침이 없었다면, 또 제가 롯데호텔 부산의 총주방장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요. 개인 셰프였다면 이런 기회를 잡을 수도 없었을 겁니다.”

국내외 다양한 요리경연대회 수상 이력도 눈길을 끈다. 세계 4대 요리경연대회 중 하나인 세계독일요리올림픽에서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금상을 받았다. “대회를 앞둔 3개월은 10시에 영업을 마치고 매일 꼬박 자정까지 일했어요. 주방에서 잔 적도 많았습니다.”

그의 요리철학은 ‘플러스 알파’로 설명할 수 있다. “만들기 복잡한 요리는 먹기도 어렵습니다. 맛있고 좋은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단순함 위에 플러스 알파(α)를 가져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총주방장의 인생 여정을 돌아보면 ‘도전’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끊임없는 도전의 원동력을 그는 ‘아들’에게서 찾았다.

“제 아들은 23살이지만 정신연령은 4세 수준입니다. 50개월쯤 자폐 진단을 받았어요. 회복이 어려운 장애란 걸 알고는 ‘내가 네 인생 몫까지 살겠다’고 다짐했어요.”

김 총괄은 아들을 생각하며 인생을 2배의 속도로 살아간다. “제가 몸담은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면 아들이 길을 잃어도 ‘김봉곤 셰프 아들 아니냐’며 사람들이 길이라도 찾아주지 않겠습니까. 아내와 제가 죽어도 혼자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그는 총주방장으로 일하면서 시간을 틈틈이 쪼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부산 내 발달장애 관련 협회 이사직도 맡고 있다. “나중에는 제 삶에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영역도 늘려가고 싶습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