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유족들이 30일 정부와 회사 측을 향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측이 사고 후속 대책을 분명히 제시하기 전까진 사망자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화성시청에 마련된 추모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회사 측에 9개 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에는 사고 유족에 대한 행정 지원과 원활한 한국 입국 보장 등이 담겼다. 또 분향소 안에 유족들의 생활 공간을 마련하고, 사고 진상 규명 상황을 유족과 매일 공유해달라는 요청 등도 포함됐다.
이번 화재 사고 사망자는 22가구에 23명으로, 이중 19가구 20명이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유족들은 이날 ‘진실을 알고 싶다’ ‘죽음의 이유를 밝혀 사죄하라’ 등의 문구가 적인 피켓을 들었다. 중국 동포가 대부분인 유족들이 직접 손으로 쓴 것이다.
아리셀 근무 이력이 있는 유족들은 사측의 허술한 안전관리를 비판했다. 한 유족은 “아리셀에 1년 넘게 근무했는데 사고 당일까지도 그렇게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몰랐다”고 말했다.
아리셀에서 이틀간 근무하다 숨진 노동자의 유족은 “아리셀에서는 제품을 출구 쪽에 있는 팔레트에 다 올려놔 막아두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서 출구를 찾기가 더 어려웠던 것”이라며 “안전 교육을 받은 것도 없다. 출근할 때부터 앉아서 일만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9일 분향소를 방문했던 아리셀 공장 노동자 10여명도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다.
유족들은 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책 논의가 이뤄지기 전까진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지난 27일 유족 대기실에 찾아와 사과하는 척하고 간 뒤 일체 연락이 없었다”며 “박 대표가 진실된 대안을 가지고 논의할 테이블을 만들기 전까지 장례를 치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휴일인 30일에도 분향소엔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에 소속된 외국인 30여명도 화성시청 분향소를 찾았다. 아들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사미타씨는 “한국에 산 지 18년이 돼가는데 이런 참사는 본 적이 없다. 슬픈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 성동파씨도 “화재 현장을 방문할까도 생각했지만 가면 너무 처량하고 참담할 것 같아 이곳으로 왔다”며 “먼 타지에서 먹고 살자고 일하는 건데 이렇게 사망하면 무슨 소용이냐”며 안타까워했다.
화성=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