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옥죄는 내수 부진… 2년 연속 ‘세수 펑크’ 현실화

입력 2024-07-01 07:01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내수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매판매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크게 꺾이고, 2년 연속 ‘세수 펑크’ 사태가 확실시되면서 재정 투입 여력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올 1분기 1.3%(잠정치) 상승이란 깜짝 성적표를 받았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에 크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5월 재화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지수(불변 기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1~5월 마이너스(-) 3.1% 기록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소매판매액지수는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 등의 월 판매액을 조사해 소비동향을 파악하는 지수로, 올해는 2월(0.8%)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이 모두 -2~3%대를 기록했다. 대표적 생활 업종인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부진도 길어지고 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올 1월(0.2%)을 뺀 2∼5월 모두 줄었고, 도소매업 역시 지난해 4월 이후 2개월을 제외한 나머지 12개월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수출 회복세에도 내수 부진이 깊어지면서 다음 달 발표될 2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분기 대비 기계적 조정을 감안하더라도, 내수 소비와 투자 등이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2분기 GDP 성장률은 0%대 초반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재정 여건도 GDP 성장의 걸림돌이다. 올 1~5월까지 국세수입은 151조원으로, 최악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1년 전보다 9조1000억원 감소했다. 국세수입 진도율도 41.1%로 최근 5년 평균(47.0%) 대비 5.9% 포인트 벌어졌다. 이미 상반기에 재정 투입을 집중한 상황에서 대규모 세수 결손이 이어지며 하반기 재정 여력은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세제 당국은 조기경보를 울리고 세수를 다시 추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 세수 진도 흐름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던 2020년과 2013년, 2014년을 기준으로 세수 결손 규모를 따져보고 있다. 2013년과 2014년 당시 국세수입 진도율은 각각 96.0%, 94.9%였는데, 이런 흐름이 올해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면 세수 결손 규모는 14조~19조원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8월 법인세 중간예납(올해분 세액 일부를 미리 내는 제도) 규모와 부가가치세 세수 확대 등에 기대를 건다. 다만 지난달까지 법인세수는 28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조3000억원 급감했고, 같은 기간 소득세도 전년 대비 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10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내수 온기를 살릴 적극적인 통화·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 실장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든 기준금리 인하든 최소한 둘 중 하나는 풀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