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 ‘의회 독재’에 맞서려면, 배지 단 당대표 필요”

입력 2024-07-01 02:08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가 30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나 후보는 “무기력함에서 벗어나는 게 당의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윤웅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5선의 나경원 후보는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탄핵과 특검법을 꺼내는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려면 결국 국회 안의 힘 있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특히 2019년 선거법·공수처법 처리 국면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로서 민주당과의 투쟁을 이끌었던 점을 거론하며 “그때 강하게 맞설 것은 맞서고, 협상할 것은 협상해가면서 결국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서) 끌어내리는 승리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파 갈등’을 보수당의 오랜 악습으로 지목하면서 이를 종식할 적임자는 자신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 분열을 끝내는 게 내가 당선돼야 할 이유”라는 것이다. 나 후보는 경쟁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러닝메이트라는 나쁜 제도도 한 전 위원장이 먼저 시작했다”며 “그는 ‘뜻을 같이하는 정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줄을 빨리 세우는 정치 아닌가”라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나 후보와의 동행 인터뷰는 여의도 일정을 마친 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 당대표 도전은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실익은 별로 없고, 제 정치 여정에 특별히 도움 되는 자리도 아니다. 그러나 당이 위기에 처해 있지 않나. ‘선당후사’의 마음, 사심(私心)에 앞서는 공심(公心)을 다해야 할 때라고 판단해 출마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지금 당대표의 과제는 당내 우수한 대선 후보들이 공정한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당을 플랫폼화하는 것이다. 당권 주자가 대선을 꿈꾸고 당을 대선 캠프처럼 사당화하려 든다면, 개혁과 쇄신은 어려워진다. 그래서 제 사심을 먼저 내려놓는 일이 필요했다.”

-출마 선언에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콕 집어 강조했다.

“두 분은 보수 정신의 뿌리다. 윤석열정부의 업적 중 하나가 이승만 대통령의 복권이었다. 지금 보수가 처한 위기는 보수가 보수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 뿌리부터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뿌리가 튼튼해야 중도확장도 가능하다.”

-4·10 총선 참패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당이든 정부든 결국 국민이 뭘 원하는지, 민심을 못 읽었기 때문이다. 여러 이슈가 많지 않았나. 총선 이후로도 당은 무기력했다.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신 108석이 작은 의석같이 보여도 충분히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큰 의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총선 두 달 만에 재등판했다.

“한국 정치가 너무 염치없어졌다. 과거 정치인들 같았다면 최소한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졌을 거다. 총선을 지휘해 패배했으면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한 것 아닌가.”

-지금 당이 쇄신해야 할 부분은.

“무기력함에서 벗어나는 게 첫 번째다.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다음이고, 민심에 가까이 다가가는 게 세 번째다.”

-다른 후보와 비교해 나경원만의 강점은.

“국회 안에 있다는 것, 배지가 있다는 거다. 야당은 끊임없이 탄핵과 특검을 추진하면서 의회독재에 나서고 있다. 이를 막아설 곳도 바로 국회다. 당대표가 국회 내에 있느냐 없느냐는 매우 큰 차이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두 차례 예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분열을 제일 걱정했다. 우리 당의 역사 중 가장 나쁜 과거가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싸운 것 아니냐. 그런 분열 탓에 결국 탄핵에까지 이르게 됐는데, 또다시 그런 모습이 재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일 컸다.”

-지지 발언도 있었나.

“이 전 대통령을 비공개로 한 번 보고, 또다시 공개적으로 예방한 것은 사실상 그런 뜻이 담겨 있는 것 아니겠나.”

-현 정부 임기 말까지 여소야대 정국이 계속된다.

“가장 큰 숙제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은 국민하고 손 붙잡고 가는 수밖에 없고, 민심을 얻는 방법밖에 없다.”

-윤 대통령과의 소통에는 문제없나.

“자신 있다. 대통령과 당대표 간 신뢰가 없으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게 신뢰인데, 그 점에서 대통령과의 신뢰가 파탄 난 사람이 당대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지금 당장 고민할 때는 아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