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얼굴만 새긴 ‘배지’ 공식 등장… 집권 12년차… ‘1극 체제’ 우상화 본격화

입력 2024-07-01 02:2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중요 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한 간부 전원이 김 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초상휘장)를 가슴에 달고 있다(작은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초상휘장)가 30일 공식석상에서 처음 포착됐다. 북한 주민들은 2011년 이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이 함께 담긴 배지를 착용해 왔다. 집권 12년차를 맞은 김 위원장에 대한 단독 우상화가 본격 진행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9일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가 진행된 소식을 30일 전하면서 회의 참석 간부들이 김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착용한 사진을 공개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김 위원장 초상휘장은 핵무력을 완성하면서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전반에서 최고지도자로서의 자신감을 확보하고 선대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초상휘장은 주민부터 최고위층까지 가슴에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선대인 김일성 주석의 초상휘장이 북한에 처음 등장한 건 지난 1970년이다.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 주석 사후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배지를 보급했다.

전문가들은 배지 제작이 1인 독재체제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일성 주석은 초상휘장 배지 등장 2년 후인 1972년 사회주의 헌법 개정으로 수령 절대 독재를 강화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초상휘장 등장 1년 후인 1993년 국방위원장에 오르며 단독정권으로의 계기를 마련했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최고지도자 고유 통치이념인 ‘김일성·김정일주의’에 버금가는 ‘김정은주의’ 구축 작업을 벌여왔다. 2022년에는 모자이크 벽화가 연포온실농장에서 확인됐고, 지난 5월에는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강의실과 건물 외벽에 선대와 나란히 걸려 있는 김 위원장 초상화가 포착됐다.

북한이 앞으로 김 위원장 우상화 수준을 더 높일 가능성도 크다. 양 총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규약 개정과 헌법 개정, 주석제 부활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 없다”며 “핵무력을 기반으로 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굳히면서 김정은 1인 독재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