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신점, 귀신 등 샤머니즘을 주된 소재로 하는 콘텐츠 제작이 늘어나고 있다. 샤머니즘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지만 과학적 근거가 빈약해 방송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내용이 주로 다뤄졌다. 하지만 최근 지상파와 종편 등에서 점술가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거나 무속과 관련된 연예인 근황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잇따라 방송하고 있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에서 샤머니즘을 조장하는 듯한 프로그램을 내놓다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SBS는 지난 18일부터 무당, 역술가, 타로 마스터 등의 직업을 가진 남녀 각 4명이 사주와 신점의 정보를 바탕으로 호감가는 상대를 찾는 연애 예능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MC의 설명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용하다는 점술가들이 모여서 자신의 연애운을 점치며 운명의 상대를 찾는 프로그램인데 방송사는 이 프로그램을 시사·교양 프로그램 범주에 넣어놓았다. 점술가들이 출연하다보니 서로 “점괘를 봐달라”거나 “연애운을 봐달라”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그 결과에 따른 출연자들의 감정 변화도 그대로 노출된다. 출연자들이 점괘에 매달리는 모습을 본 합리적인 시청자들은 “젊은 사람이 점괘에 얽매이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거나 “타로 그만 보고 상대에게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번듯한 젊은이들이 점이나 타로에 따라 흔들리고 자신의 판단을 내맡기는 모습은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무속인이 되었거나 무속과 관련된 연예인의 근황을 전하는 프로그램도 흔하다. 한 여성 코미디언은 채널A에 출연해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이 됐다고 털어놨고 한 남성 배우 역시 무속인이 된 후 MBC 등에 출연했다. 점집을 홍보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방송들이다. 유튜브 채널에서 무속인과 굿을 하는 영상이 공개됐던 다른 남성 배우도 최근 MBN에 출연했다.
샤머니즘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 제작을 전부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지상파·종편 방송에서 샤머니즘을 조장하는 듯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은 문제다. 시청자들이 자칫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거나 점술에 의존하는 모습을 당연시하게 될 우려가 있다. 방송사들은 샤머니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런 프로그램은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