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고관절염, 가끔 사타구니 쪽이 아프다면

입력 2024-07-02 03:09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몸 여기저기에 퇴행성 질환을 앓는 노인이 자주 하는 말이다. 고관절은 체중을 지탱하며 보행과 활동을 가능케 하는 중심 관절이다. 이 고관절에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면 연골이 닳고 변형이 생겨 좌우 다리 길이가 달라지기도 한다. 양반다리 자세가 되지 않으며 사타구니 쪽에 통증도 생긴다. 특히 보행 시 방향을 틀면 잦은 통증이 생기며 걸을 때 절뚝거리기도 한다. 이처럼 퇴행성 고관절염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기에 노인의 경우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노화와 함께 서서히 나빠지는 일차성 퇴행성 고관절염과 선·후천적 질환이나 외상에 의해 생기는 이차성 퇴행성 고관절염이다. 이중 병원에 오는 고관절염 환자는 대부분 이차성 고관절염이며 대다수가 여성이다.

여성에게 발생하기 쉬운 이차성 퇴행성 고관절염은 과체중 및 고관절 이형성증과 깊은 관계가 있다. 고관절 이형성증이란 고관절의 비구가 제대로 발육이 안 돼 대퇴골두를 충분히 덮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이 증상이 있는 여성은 나이가 들어 이차성 퇴행성 관절염 발생 가능성이 크다.

고관절 이형성증은 왜 생길까. 이는 출생 후 2~3년 내에 결정된다. 물론 모태에서 고관절이 자리 잡지 못해 관절이 빠진 경우도 있고, 빠진 정도는 아니나 충분히 들어가지 못한 경우도 있다. 관절이 빠지면 갓난아기 때부터 상황을 파악해 방법을 찾지만, 관절이 충분히 들어가지 않은 상태는 스스로 인식을 하지 못해 50대가 넘어도 모르는 경우가 적잖다.

왜 여성에겐 고관절 이형성증이 많이 생길까.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유추해볼 순 있다. 인체 구조상 여성의 골반은 남성보다 더 벌어져 있다. 임신할 경우 아기의 체중과 태반에 자궁도 무거워지면서 10㎏ 이상 체중이 늘어난다. 출산 시 산도 확장을 위해 몸에서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 출산 후 100일까지 관절이 느슨해진다. 고관절 이형성증이 있는 여성에게 이런 현상이 생기면 연골 손상으로 이어져 이차적인 고관절염이 생긴다. 물론 여성이 상대적으로 관절이 작아 남성보다 단위 면적당 더 무거운 하중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유도 있다.

여성은 어떻게 이차성 고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체중을 줄여야 한다. 과거엔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였음에도 고관절염을 앓는 경우가 적잖았다. 자녀를 많이 낳는 데다 아기를 업거나 안고 다니며 머리에 무거운 걸 이고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서양 사람처럼 비만이 관절염의 첫째 이유다. 체중을 줄인다면 이형성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차성 퇴행성 고관절염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무거운 걸 드는 것도 피해야 한다. 특히 언덕이나 계단을 내려가는 건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내려가는 행동을 반복할 경우 골반 쪽 근육이 든든하지 못한 노인들은 내딛는 충격이 관절에 쌓이게 된다. 이는 고관절의 노화된 연골에 손상을 일으키면서 점차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렇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퇴행성 관절염이나 이차성 고관절염이라도 대부분 정형외과 전문의의 주사나 약물치료를 받는다. 치료를 받다가 통증이 사라졌다고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도 물론 있다. 이런 경우 질병이 악화돼 결국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도 생긴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엔 충분히 해결 가능한 시대가 됐다. 인공관절 기술이 발전해서다. 특히 쪼그려 앉거나 양반 다리 자세로도 앉을 수 있게 하는 수술을 받는다면 전혀 불편함 없이 노년을 즐길 수 있다. 의학과 의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희망적이다. 과거의 지식을 과신하기보다 전문의 소견에 귀를 기울인다면 덜 아프고 더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