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오기 전에… 화재 현장 잔류 폐기물 1200리터 긴급 제거

입력 2024-06-28 03:29
지난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경기 화성 리튬배터리 제조공장 화재 발생 3일 만에 현장에 남아 있던 폐기물 처리 작업에 나섰다. 장마를 앞두고 혹시 모를 추가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유해물질 확산에 따른 2차 피해 가능성에 대한 주민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전문업체를 통해 아리셀 공장에 남아 있는 전해액 1200ℓ를 처리키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처리 대상은 화재가 발생한 3동 1층 제조시설에 남아 있던 폐전해액 800ℓ와 반응기 400ℓ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화재는 2층에서 났는데, 1층 제조 공정은 불에 타지 않았다”며 “1층 반응기 내에서 염화싸이오닐 등이 발견됐고, 비가 오기 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염화싸이오닐은 리튬배터리의 전해질에 포함된 물질이다. 물에 닿으면 염산 기포가 퍼져 유독가스와 연기를 발생시킨다.

지난 25일 밤에는 손상된 리튬배터리 전해질이 공장 내부의 물과 섞여 연기가 발생하면서 소방차가 출동했다. 소방 측은 그다음날인 26일 배터리 잔해를 밀봉해 공장 내 창고로 옮겼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폭발 우려를 고려해 폐기물을 아예 공장 밖으로 옮기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폐기물 처리에 들어갔다. 정부는 폐기물 이송 과정에서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비상 상황에 대비해 주민 대피 장소도 지정했다. 하지만 이런 안전 방침이 무색하게 아리셀 공장 주변에선 유해물질에 둔감한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일반 천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고 통제구역을 돌아다니는 정부나 회사 관계자들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부는 사고 현장 주변의 대기질이나 수질 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유해화학물질은 현재로선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공장 주변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약 2㎞ 떨어진 화성시 서신면 전곡2리에 사는 70대 A씨는 “화재 초반부터 흰 연기가 구름처럼 마을을 덮쳤다. 그게 어떤 건지 모르니까 무섭다”며 “남편은 화재 발생 다음날 눈에 염증이 나서 병원에 갔는데 그 여파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주민 B씨도 “주변에서 다들 코도 막히고 목이 쾌쾌하다고 한다”며 “연기와 상관없이 포도에 포장지 씌우는 작업을 계속 했는데 나중에 어떤 건강 문제가 생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해물질 사고의 경우 주변지역 주민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유해물질 안전관리국 매뉴얼은 리튬 화재가 발생한 곳으로부터 반경 800m 이상은 대피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화재 현장 근처 주민들은 당분간 외출을 삼가고 마스크를 낄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윤예솔 기자, 화성=김승연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