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목회를 해온 김영실(64) 전국여교역자연합회 회장은 요즘 격세지감을 느낀다. 과거에 비해 여성 목회자의 목회 환경이 많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마치 말못하는 언어장애인 같았다.
하지만 노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여성 목회자의 언로가 많이 확보된 데다 성도들은 남성 중심적인 목회보다 여성 목회자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선호하는 경향도 생겼다고 했다. 김 회장은 “여성 목회자는 남성 목회자가 쉽사리 다가서지 못하는 것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듬는 목회를 할 수 있다. 여성 목회자들이 맡고 있는 교회도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예장통합 총회(총회장 김의식 목사) 여성위원회는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여성안수 30주년 기념 여성대회’를 개최했다. 1994년 교단에서 여성안수가 허락된 이래 30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여성사역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전국에서 사역 중인 여성 목회자와 권사, 총회 산하 7개 신학대 여학생 등 1200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선 여성 목회자 특유의 강점들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심방사역이 대표적이다.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교역자들의 성도 심방이 축소된 측면이 있고, 특히 남성 목회자들은 주부 성도만 있는 가정의 심방은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공백을 여성 목회자들이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황해국 목사는 “여성 목회자들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 찾아가는 가정세미나, 찾아가는 상담과 자녀교육, 인문학 강의나 제자훈련 등 발전된 심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성 목회자들이 나설 수 있는 사역의 장과 범위도 확대 추세다. 남성 목회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 즉 중년기의 여성심리와 역할, 성 상담과 이혼 상담, 위기 상담과 자녀교육, 자녀 발달단계 상담 등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사역이 활발해지고 있다. 김 회장은 “성도들이 미시적이고 섬세한 부분은 여성 목회자를 찾아와 도움을 얻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측면은 여성 목회자 고유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세대 전도에 있어서도 여성 목회자의 역할이 각광받고 있다. 교회의 방과후 학습 과정이나 돌봄 등에 있어 전문성을 갖춘 여성 사역자를 발굴·투입해 미래의 영적 동력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여전히 많은 교회와 기독교 유관 단체의 수장은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 김혜숙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 사무총장은 “기관장으로서의 여성 사역자를 정책적으로 양성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회나 기독교 단체에 여성기관장을 할당제로 배정하는 게 필요하다”며 “여성 기관장이 많이 배출된다는 것은 다음세대 여성 사역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며 교회나 교단에서 더 많은 양성평등을 이루고 공정하게 사역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