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가슴마다 그리스도를 심어 이 땅에 성령의 계절이 임하게 하자.”
1974년 8월 15일 오후 10시. 서울 여의도 5·16광장(현 여의도공원)에서 구호가 울려퍼졌다. 이틀 전 등록자 헌신의 밤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 ‘엑스플로74’ 대회 셋째 날이었는데 광복절 기념예배를 마친 참석자들은 오후 11시부터 철야기도회를 이어갔다. 비가 오는 가운데 15만명이 참석했다. 18일까지 이어진 집회 참석자만 655만명(연인원)에 달했는데, 복음을 전하는 자부터 태신자에 이르기까지 한데 어우러진 자리였다. 연일 이어진 집회에서는 158만명이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겠다”며 결신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지난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 믿음의 유산을 이어받은 청년 1만2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집회장을 빼곡하게 채운 참가자들은 민족 복음화와 한반도의 통일, 회개와 믿음의 결단 등 저마다 기도제목을 붙들고 기도의 불꽃을 모았다. 50년 전 여의도의 넓은 광장에서 믿음의 선배들이 부르짖으며 기도했던 광경이 다시금 펼쳐지는 듯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대표 박성민 목사)가 엑스플로74 5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CCC 엑스플로 7424’ 대회에서다. 지난 24일 막이 올라 닷새간 이어지는 이번 대회 주제는 ‘우리는 보냄 받은 자’(We the Sent·요 17:18)다. 엑스플로74의 영적 유산을 계승하고 보냄받은 자로서 민족을 넘어 세계를 향한 복음 전달자로 헌신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오후 6시30분. 예배 시작을 알리는 인도자의 멘트와 찬양팀의 연주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1시간 가까이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찬양이 이어졌다.
이어 강단에 선 이는 탈북민 출신인 김현숙 아주대 CCC 순장이었다. 북한 양강도에서 태어나 자유를 찾아 탈북한 김씨는 북한 정권의 잔혹한 실상과 하나님을 만난 순간을 전했다. 그는 “탈북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하나님께서는 에베소서 2장 19절 말씀을 통해 ‘나는 소중한 그분의 자녀구나’라는 걸 깨닫게 하셨다”며 “그 순간 내 안에 곪아있던 상처를 치유해 주셨다. 통일의 날에 하나님께서 북한 땅에도 민족 복음화를 이루실 줄 믿고 이를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행사 첫날인 전날 저녁엔 전국 39개 지구와 해외 참가자 600여명을 대표한 기수단이 입장하며 개회를 알렸다. 이어 지구별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해외 참가자들은 국가별 전통의상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박성민 목사는 ‘우리를 만나 주시는 하나님’(창 28:10~22)을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박 목사는 “세상 다른 종교와 달리 기독교는 먼저 우리에게 찾아오신 하나님을 믿는다. 그분이 지금 우리 마음의 문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계신다”면서 “우리는 그분이 내 안에 들어오시도록 맞아들이기만 하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기도를 할 것을 권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새 친구들의 손을 잡고 단상 앞으로 나와 함께 영접 초청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50년 전 넓은 광장에서 이어진 영접 기도가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영접 초청 기도를 마친 후에는 수원지구 TWC팀의 인도로 신입생과 새 친구들을 격려하고 찬양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에선 ‘연합 전도 기도 선교’ 4가지 핵심 가치가 강조됐다. 이를 위한 주요 프로그램으로 저녁집회, 선택특강, 선교학교, 전국 유학생 모임, 전도 전략 교육, 새친구반, 선교·비전·통일박람회 등이 이어졌다. 행사 마지막날인 28일에는 헌신예배가 이어진다. 특히 50년 전 엑스플로74에 참가했던 믿음의 선배들이 특송하며 신구 세대 간 화합과 결단의 시간도 예정돼 있다.
평창=글·사진 유경진 김수연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