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손웅정의 교육관

입력 2024-06-28 00:40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 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1859~1909)의 평전 제목이다. 아이들에게 권위에 의한 억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 철학이 담겼다. 이와 달리 과거 한국 사회에는 체벌이 만연했다. 종종 ‘사랑의 매’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되고 남용됐다.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라는 대사로 유명한 영화 ‘친구’의 한 장면처럼 교사가 학생들의 볼을 세게 잡아당기고 손찌검하는 게 흔한 일이었다. 지금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교사에 의한 명백한 학교폭력이었다. 내 자식 내가 때려서 교육하는 게 뭐가 나쁘냐는 식의 가정 내 아동학대는 지금도 종종 생긴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유소년 축구 훈련기관) 감독의 엄격하고 혹독한 훈련법은 책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직접 “저는 흥민이를 많이 팼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이들의 훈련 모습을 본 누군가가 경찰에 아버지를 신고한 적도 있었다. 손흥민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엄청 많이 맞았다”면서도 “지금의 날 만든 건 아버지”라고 했다. 영국 BBC는 “손 감독이 과거 손흥민에게 징벌적 연습을 시켰다. 더 혹독한 징벌도 있었다”고 진단했는데, 서구인의 눈에는 ‘징벌’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낯선 상황이었던 것이다.

최근 손 감독을 비롯한 아카데미 코치들이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3월 일본 전지훈련 중 어린 원생들의 허벅지 엉덩이 머리 등을 때리고 욕설을 한 혐의다. 손 감독은 “이들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이들을 잘 되게 하려는 사랑의 매였다는 것이다. 설령 그런다 한들 폭력과 욕설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고 얻은 실력이 아이들에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축구를 싫어하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잘잘못은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시대의 변화를 못 읽은 교육관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겠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