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첨단산업 전쟁에서 인재 놓치면 백전백패다

입력 2024-06-28 00:30
기획재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그제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방안을 마련해 미국 일본 등에 뒤처진 자금 지원에 속도를 내기로 한 건 다행이다. 반도체 지원을 재벌 정책으로 폄하해 온 더불어민주당까지 100조원의 정책 금융을 지원하는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 건 고무적인 변화다.

아쉬운 건 요즘 산업계 최대 걱정거리인 과학·첨단 분야 인재 유출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7일 기획재정부는 공급망 안정화 추진 전략을 발표하면서 국가핵심기술 유출자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해외로 나간 인재들의 발길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반도체 지원방안에 담긴 반도체 특성화 대학, AI 반도체 대학원 증설 방안도 탁상정책 수준이다. 국가 대항전으로 표현되는 글로벌 첨단산업 전쟁에서 이런 소극적인 정책으론 어림도 없다.

최근 통계수치들을 보면 우리가 중국을 겨냥한 미국 주도의 첨단분야 공급망 전쟁에 참전하면서 가장 중요한 병사(인재)들을 놓치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는 2021년 5.28(24위)에서 2023년 4.66(36위)으로 떨어졌다. 시카고대 폴슨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대학원을 마친 AI 인재의 해외 유출이 40%로 인도·이스라엘 다음으로 많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링크드인에 등록된 1만명당 한국의 AI 인재 이동 지표는 -0.3이다. 마이너스(-)란 국내 유입 인재보다 유출 인재가 많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은 0.4로 첨단 인재 유입의 블랙홀을 실감케 한다. 우수 인재들의 해외 엑소더스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처우가 크게 작용할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일할 때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에서 근무할 때 월급이 2~3배 많다.

인재도 못 지키면서 국가의 미래산업을 논한들 무슨 소용인가. 지난해 말 통과된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이 시급한 유출 방지대책을 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인재들이 국내 산업 생태계에 편입되고 싶은 환경 조성이 급선무다. 미국에서 자국 출신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연봉의 절반을 지원하는 중국을 그대로 따라 하진 못하더라도 인재 유치 기업 등에 각종 세제 혜택을 늘려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등 낡은 보상 및 고용시스템, 교육 방식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