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2년 4개월이 되던 지난달 18일 우크라이나에 방문했다. 대한민국 외교부로부터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 신청을 허락받아 이양구 우크라이나뉴빌딩사업 회장을 비롯해 김휴성 글로벌호프 부대표, 김승원 프로보노국제협력재단 상임대표 등 10명이 현장을 찾았다.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과 재건 사업 지원’을 목표로 방문단은 폴란드 바르샤바 헤윰역에서 우크라이나행 열차를 타고 12시간을 달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역에 도착했다.
우리를 반기는 것은 통행금지를 알리는 방송 안내 소리와 기차에서 내린 모두가 분주하게 뛰어가는 발걸음 소리였다. 그들의 모습에서 두려움과 근심을 읽을 수 있었다.
키이우역은 우크라이나 수도를 대표하는 역으로 보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우리를 마중 나오기 위해 멀리 불가리아로 피신을 갔다가 돌아온 한재선 선교사와 인사를 하는 도중에도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역 광장에 울려 퍼졌다. 일부 조명만을 제외하고는 소등이 돼 어두움 그 자체였다.
날이 밝자 곳곳에 보이는 전쟁의 상흔들을 보며 ‘이곳이 전쟁터였구나’ 실감이 났다. 동네 입구에 피난 가던 차량이 총을 난사 당해 전복돼 있었다. 그런 차량들을 모아둔 공터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해바라기와 비둘기를 그려놓았다.
전쟁의 최전선에서 병사들에게 침례식을 거행하고 위로의 기도와 야전 예배를 진행하고 있는 군종 목사를 만나기 위해 대통령궁 인근을 찾았다. 우크라이나 군종 목사 대표인 바실 키미치 목사의 첫마디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한국교회의 기도 동역이 꼭 필요합니다”였다.
키미치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보고 배운 군종 목사 제도가 이곳 우크라이나 군대 안에 도입돼 현재 19명이 정식 군목 자격으로 야전에서 군인들을 위로하고 있으며 남편을 잃은 아내와 자녀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다. 특별히 남편과 아빠를 잃은 가정을 돌볼 수 있도록 기도 후원 요청과 재활 병원 지원을 요청해 왔다.
한국교회봉사단이 진행할 한국형 보건소 설치를 위해 현재 선교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클리닉을 방문했다. 감리교 김현호 선교사가 운영하고 있는 한방클리닉은 전쟁 초기 키이우로 피난을 온 피난민들의 긴급 치료를 위해 교회를 개방하면서 시작됐다. 방문단은 한국교회봉사단이 계획하고 있는 한국형 보건 1차 진료소가 이런 곳을 통해 확장돼야 한다는 데 마음을 모았다.
김평원 선교사가 운영하는 마을 클리닉 또한 피난민들이 찾아오는 구심점이 돼 피란민들간 소식을 주고 받는 소통의 통로가 되고 있었다. 이곳 또한 우리 한국교회가 돌봐야 할 중요한 거점 안식처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브루스빌 로보스 교회 발루자 목사님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교회 희망밥차 1호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피란민 200여명이 시장 앞 희망밥차 앞에서 스프와 빵을 나눠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이동이 어려운 가족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봉지와 망가진 플라스틱 그릇들이 들려있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목사님은 그들에게 전도지를 나눠주며 “하나님이 함께하고 계시다. 우리는 외롭지 않고 한국교회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귀한 물품들을 보내 주고 있다”며 우리를 소개했다. 이후 폴란드 난민캠프를 방문하는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현지 선교사들에게 우크라이나의 회복을 맡긴 채 무거운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교회봉사단은 전쟁 중에 있는 현지 교회와 사역지에서 한방클리닉을 운영하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국형 보건소를 확대하도록 현지 선교사들과 긴밀한 협력을 할 예정이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군목 지원을 위해 세계기독군인회와 협력해 지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이 모든 일은 한국교회가 함께 협력해야 할 일이다. 우크라이나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도록 그들을 잊지 말고 기도와 지원을 부탁드린다.
글·사진=김철훈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