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입력 2024-06-28 03:04

교회사를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중간사에 나름의 열정을 가지고 문을 두드렸지만 그간 문만 얼마나 두드렸는지 모릅니다. 열심히 문을 두드리다가 문이 살포시 열리기라도 하면 문틈으로 쳐다보기만을 수년간 해왔지요. 제게 있어 중간사는 흥미로워서 샀지만 막상 꺼내 읽진 않은 바둑 사활 풀이책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런 제게 이 책은 복잡하고 난해한 중간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줬습니다. 책을 펼치면서 ‘250쪽도 안 되는 분량으로 방대한 사건이 난무하는 중간사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란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습니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됐습니다. 이중 일품은 1장 ‘400년의 서막’입니다. 가는 곳마다 교회를 세운 사도 바울은 특별히 회당을 그 전초기지로 삼아 선교 사역에 나섭니다. 저자는 이를 강조하면서 하나님이 신구약 중간 시대에 교회를 세울 준비를 어떻게 해나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또 저자는 바벨론과 바사(페르시아), 그리스와 로마에 이르는 그 복잡다단한 역사를 간명하게 풀어냅니다. 열왕기나 역대기, 이사야와 에스라 등 성경 배경 지식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중간사 곳곳에 뚫려 있는 블랙홀을 메우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여기에 각 장 끝에 있는 ‘역사가 주는 묵상’과 ‘주요 등장인물’이 독자의 쉬운 이해를 돕습니다. 각 장을 읽으며 의구심을 가졌던 부분을 명쾌하게 풀어줘 다음 장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습니다.

재치 넘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 역시 이 책의 강점입니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 간단없이 이어집니다. “드디어 알렉산더가 바사의 심장부인 메소포타미아로 진군한다. 양 군이 가우가멜라 평원에서 맞섰는데, 마케도니아는 보병과 기병 합해서 4만7000명 정도였던 반면 바사는 1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대의 기록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현대 역사가에 따르면 바사 정규군은 10만명을 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정규군 외에 다리오가 바사 제국 전역에서 열심히 긁어모은 징집병들이 있었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병장기를 쥐여준 것에 불과하니 실제 전투력은 의문이다. 이들이 100만명으로 부풀려졌을 것이다.”

‘잃어버린 400년’은 ‘잃어버린 중간사’를 소생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는 책입니다. 이 책으로 ‘되찾은 중간사’를 통해 신구약을 더 풍요롭게 묵상하는 기쁨과 유익을 얻길 바랍니다.

박양수 서울 인애교회 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