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연평도 등 서북도서 주둔 해병부대가 26일 대규모 포병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서북도서에서 해상사격훈련이 시행된 건 2017년 8월 이후 6년10개월 만이다. 이 기간 해당 지역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사격훈련 등이 금지돼 왔지만 정부가 지난 4일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를 선언하면서 족쇄도 풀렸다. 전문가들은 사격훈련 정례화를 신호탄으로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긴장감이 점차 고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 제6여단과 연평부대는 이날 각각 주둔지인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스파이크 미사일 등 총 290여발을 남서쪽 공해상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했다.
해병대는 “이번 훈련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로 인해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전부 정지된 이후 시행되는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이라며 “이후에도 정례적인 해상사격훈련으로 해병대 화력 운용능력 향상과 군사대비태세의 완전성 제고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는 서해 NLL 남측 85㎞(북측은 NLL 북측 50㎞)에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했다. 서해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는 모두 적대행위 금지 구역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서북도서 해병부대는 K-9 등을 내륙으로 옮겨 사격훈련을 실시해 왔다. 다만 군은 북한이 지난 1월 5일부터 사흘 동안 해안포 350여발을 발사하자 400여발의 대응 사격을 한 적이 있다.
해상사격훈련 다음 단계로 육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 사격장 3곳(경기도 파주·연천, 강원도 화천)에서 포사격훈련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는 북한의 대응 등 상황을 보면서 MDL 사격 재개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남북 관계는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실제적으로도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국경선 인근에서 국지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우리가 훈련을 재개한다는 것은 곧 북한이 도발을 재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북한도 해안포를 다 개방하고 훈련을 시작할 것이고, 스스로 해안 국경선이라고 말하는 해상경비계선 사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반도 동부지역 상공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항공차단작전 훈련에는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로 불리는 미 공군의 F-22 ‘랩터’가 참가했다고 공군이 밝혔다. 올해 F-22가 한반도로 전개해 한국 공군 전투기와 함께 훈련한 것은 지난 5월 16일에 이어 두 번째다.
북한은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을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며 “경기 북부 지역에서 남동 방향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올 들어 총 일곱 차례 오물풍선을 날려보내는 등 회색지대 도발을 이어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