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에 재학 중인 자립준비청년 A씨(22)는 지난 어버이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처럼 자기를 키워준 이모의 손에 선물을 쥐여줄 수 있었다. 액상과 캡슐이 함께 들어있는 멀티비타민 세트였다. A씨는 “그동안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해도 돈이 부족해 이모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며 “앞으로는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모의 손에서 자란 A씨는 부산대에서 지급하는 ‘유니웰 장학금’ 덕에 선물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립준비청년들은 만 18세가 되면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을 떠나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대학에 가지 않을 경우 이들에게 주어지는 돈은 정부가 지급하는 자립정착금 1000만원과 3년간 매월 받는 50만원 자립수당이 전부다.
그나마 A씨처럼 대학에 진학하면 최대 5년간 시설 이용 기간이 연장되지만 ‘보호종료아동’이 되는 그해에 곧바로 입학해야만 지원을 받는다. 시설에 몇 년 더 머무른다고 해도 대학을 다니면서 학비부터 생계에 이르기까지 어린 나이에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가혹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대개는 긴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일쑤다.
부산대는 이런 자립준비청년들을 돕기 위해 2021년 3월부터 매월 3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유니웰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국립대 중 자립준비청년 지원 장학제도를 마련한 곳은 부산대가 처음이다. 그러나 장학금 신설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학생들이 자립준비청년이란 사실을 숨기고 싶어해 장학금 대상자를 발굴하는 일조차도 쉽지 않았던 탓이다. 부산대는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장학금 선발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임재현 부산대 장학팀장은 지난 20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문창회관에서 진행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은 도움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위축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고 꼭 우리와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2년 9월부터는 1인당 장학금 월 지급 액수가 20만원 추가돼 50만원이 됐다. 부산대 경영대학원(MBA)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미래지원단이란 단체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1억원의 기부금을 내기로 약정하면서다. 선배들이 후배들의 든든한 지원자로 나선 것이다.
미래지원단 발족식에 참석했던 한 학생 B씨는 행사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저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생각하니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발족 당시 10명이었던 미래지원단 규모는 2024년 기준 3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상화 미래지원단 담당자는 “저희가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선배들의 도움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외부단체인 선재장학회의 도움을 받아 장학생들에게 한 학기당 100만원의 생활비 성격의 장학금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2023년 2학기 기준 총 16명의 학생에게 3360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정승혜 유니웰 장학금 담당자는 “대학의 수입은 줄어드는데 장학금 수요는 늘어 운영이 쉽지만은 않지만 교내 재원을 절감하고 외부 재원을 최대한 확보해 소외되는 학생들이 없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선한 영향력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부산대는 2022년 ‘전국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서 대학 자체 재원을 활용해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자는 취지의 안건을 공식 제안했다. 부산대의 제안을 전국 국공립대가 받아들인다면 자신을 혼자라고 생각하는 자립준비청년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부산=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