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민경배 (20) 파주 아름다운교회 출석… 하나님 은혜로 다시 일어선 아내

입력 2024-06-28 03:09 수정 2024-06-28 08:52
1956년 2월 민경배 박사와 아내 임호빈 여사의 결혼식 장면. 민 박사 제공

이사해 온 집 서재는 좁았다. 서울 연희동 서재의 소중한 자료들과 책들은 정년 은퇴 후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도 이사할 때 많은 책과 자료들을 처리해야 했다. 역사 연구와 학문의 반려자였던 서적과 문서들, 자료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고맙다. 잘 가라. 나의 일생 반려자들. 깊은 영감과 양식을 베풀어 주었던 나의 반려자들. 너희들은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 오래오래 사랑으로 함께할 것이다. 잊을 수 없는 나의 벗들이여.

서울에 있을 때는 신촌장로교회에 나갔고 협동 목사로 있었다. 새로 이사 온 파주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총회의 중책을 맡은 임인기 목사의 아름다운교회에 출석하기로 했다. 아무 말 없이 다닌다는 조건이 담임목사와의 협의에서 수락돼 그 교회에 다니기로 한 것이다. 교인 200명가량의 교회이다. 임 목사와는 15년 전 중앙신학대학원대 박사 과정에서 제자로 만났다. 묘한 인연이다. 어떻게 여기 와서 같은 교회인가.

우리가 살게 된 지역은 관광특구라고 한다. 저 유명한 헤이리가 바로 옆이다. 길거리에는 전신주가 없다. 인터넷 거미줄이 없다. 깨끗하다. 전형적인 전원도시다. 집들도 각각 특색 있는 주택이다. 정원이 있다. 공원이 지형 따라 멀리 연결돼 있다. 아주 아름다운 곳이다.

저 임진강 건너편에는 북한 땅이 7~8㎞ 떨어져 있고 완전히 노출돼 보이는 지역은 여기뿐이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여생을 보낼 곳으로 이곳 망향의 고을에, 그리고 아름다운 전원 마을로 보내주셨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주 한가한 마을이다. 사람이 지나가면 누군가 하고 내다볼 정도로 조용하고 아름답다. 생활은 연금으로, 국가보훈부와 경기도의 6·25 참전용사 보조금으로 지탱하고 있다.

아들 민유홍 박사는 2022년 9월 연세대 의과대학 내과학 교수로 정년을 맞았다. 큰딸 성의는 2022년 5월 25년 동안 근무한 미국 국회도서관에서 정년을 맞았다. 막내 선영은 남서울대와 고려사이버대 교수직을 거쳐 ‘루트 파이’라는 창의교육 기관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분당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집사람 임호빈은 2021년 2월 서울 여의도의 한 건물 현관에서 넘어져 왼쪽 넓적다리관절 수술을 받고 몇 달 만에 겨우 일어섰다. 이듬해 3월 다시 넘어져 오른쪽 넓적다리관절까지 수술받았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다시 일어섰다. 다들 ‘이런 넓적다리관절 수술이 얼마나 어려운 수술인데 일어서다니’ 하며 놀란다. 하나님 은혜로 다시 일어선 것이다.

아내는 1934년 1월 22일 태어났다. 올해로 90세이다. 그 나이에 이만큼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실로 하나님의 특별하고 놀라운 은혜다. 내가 아흔이 되는 이달에 온 가족이 함께 모일 것 같다. 일제 강점기에 시련을 겪고 해방 이후 사선(死線), 38선을 목숨 걸고 월남하지 않았던들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내는 넓적다리관절 수술로 국가 요양 간호 대상 7급이 됐다. 파주에서는 요양사가 주 5일 방문해 아내를 돌봐준다. 하루 세 시간가량 와서 도와주는 고마운 분이다. 국가가 베푸는 복지 사역이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정리=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