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여름 더위를 식히는 데는 물놀이가 으뜸이다. 바다나 계곡을 찾아 풍덩 뛰어들거나 천천히 걸으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경북 울진은 해변과 배후습지 생태공원, 계곡 등을 갖추고 있어 트레킹하기에 좋다. 여기에 수중 레저까지 더하면 금상첨화다.
울진 평해사구습지 생태공원은 구산해수욕장과 월송정 등 빼어난 해안선과 배후습지를 활용해 조성됐다. 축구장 12개를 합쳐 놓은 규모인 공원에는 탐방데크와 탐방로 사이사이 해안전망대, 기수역관찰대, 조류관찰대, 사구전망대, 광장, 쉼터 등이 마련돼 있다.
사구습지는 자연 생태의 보고(寶庫)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06년 평해 해안사구 지형, 식생, 동식물상 등에 대해 정밀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종인 수달과 매를 비롯해 2급 종인 삵, 말똥가리, 큰말똥가리, 새홀리기, 가시고기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물로는 갯메꽃, 통보리사초, 순비기나무 등 전형적인 사구식물이 다수 발견되고 갈대, 부들 등 습지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평해사구의 배후사구습지 인근 주차장에서 바닷가를 향해 가면 해송림이 이어진다. 해송림을 지나면 4개의 벤치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아담한 쉼터가 나온다. 쉼터 남쪽으로 남대천 하구와 평해사구가 어우러진 풍광이 펼쳐진다.
울진군 온정면 백암산 기슭에서 발원해 평해읍에 이르러 바다로 흘러드는 남대천 하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이다. 생물의 다양성이 높고 생태적 기능이 우수한 것이 기수역의 특징. 남대천의 민물과 동해의 바닷물이 섞이는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다종다양하다. 대표적 어종으로는 은어와 숭어, 망둑어가 있다. 해안으로부터 3열의 해안사구 형태가 보존돼 있는 평해사구는 동해안 해안사구의 형성과정을 설명하는 모델이 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옆에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이 자리한다. 고려시대에 처음 지어진 누각으로 1980년대 옛 양식을 본떠 새롭게 지었다. 현판은 최규하 전 대통령이 썼다. 월송정의 명칭은 달빛과 어울리는 솔숲(月松)에서, 또는 설과 신선이 솔숲을 날아 넘는다(越松)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비가 갠 후 떠오른 맑은 달빛이 소나무 그늘에 비칠 때 가장 아름다운 풍취를 보여준다는 월송정이 처음 세워진 고려 때는 경치를 감상하는 정자가 아니라 왜구의 침입을 살피는 망루로서의 역할이 컸다. 그 후 왜구의 침입이 잠잠해진 조선 중기 중종 때 박원종이 강원도관찰사로 와서 이곳을 정자로 중건했다.
월송정 앞에 은빛 모래가 깔린 모래밭과 그 너머 동해의 쪽빛 바다 그리고 모래밭 주변에 펼쳐진 1만여 그루의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선경을 이뤘으나, 울창했던 송림은 일제강점기에 모두 베어내어 황폐해지고 말았다. 그 뒤 1956년 월송리 마을에 사는 손치후라는 사람이 사방관리소의 도움을 받아 해송 1만5000그루를 다시 심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솔숲 사이로 맨발걷기길도 조성돼 있다.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오산항 인근에 울진해양레포츠센터가 있다. 스킨스쿠버 전문교육시설과 숙박시설을 고루 갖춘 리조트다. 경관이 아름다운 울진의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도 좋고 한적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어촌의 정서를 함께 느낄 수 있어 마음 푸근한 곳이다.
센터에는 수심이 5m에 달하는 다이빙 전용 잠수풀과 스킨스쿠버 교육 중 발생할 수 있는 잠수병을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체임버치료실, 2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휴게실, 풋살 경기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잠수풀은 연중 24~27도의 수온을 유지하고 2500t의 물이 항상 순환되며 로봇청소기의 작동으로 언제나 최상의 수질이 유지되고 있다. 3층에 위치한 잠수풀의 깊이는 1층까지 이어져 있는데 1층 로비 양쪽에 설치된 관망창을 통해 스쿠버다이빙이나 프리다이빙하는 모습을 관람하거나 촬영할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 이론 및 실기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이론, 장비소개, 잠수풀 체험다이빙을 해볼 수 있는 체험다이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올인원 시스템을 갖춰 다이버 라이선스도 발급된다.
계곡 트레킹으로는 왕피천을 빼놓을 수 없다. 왕피천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울진군 금강송면과 근남면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60.95㎞ 길이의 물길이다.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은 왕피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꼽힌다. 면적은 102.84㎢로 북한산국립공원의 1.3배에 이르고, 전체 29곳의 생태경관보전지역 가운데 40%를 차지한다. 왕피천은 위용에 비해 하상이 완만해 물길을 따라 걸어도 크게 힘들지 않다. 중간 지점에 있는 용소는 수심이 10m 정도로 왕피천에서 가장 깊은 곳이다.
울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