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전하려면 환대부터… 비신자도 환영하는 ‘문턱 낮춘 교회’ 돼야

입력 2024-06-27 03:06
“한 사람이 그리스도를 영접하려면 12번에서 20번 정도의 ‘넛지’가 필요하다.”

조지 헌터(미국 애즈버리신학대) 교수의 이 말은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접촉하도록 돕는 과정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넛지란 부드러운 개입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메시지는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복음 사역의 여정(심기-물주기-자라남)을 설명한 말씀과도 상통한다.(고전 3:6)


전도가 쉽지 않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전략적인 ‘복음의 터치’ 작업인 예비적 전도사역(Pre-Evangelism·프리 에반젤리즘)이 중요해졌다. W포럼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횃불선교센터 드림홀에서 ‘프리 에반젤리즘: 세상에서 교회로 예비적 전도사역’이라는 제목으로 첫 포럼을 열고 프리 에반젤리즘의 구체적 방법과 방향을 모색했다.

W포럼은 세상 속에서 복음을 증언하기 위한 주제들을 강연과 대화 형식으로 다루는 신학자와 목회자의 모임으로 최근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진과 동문의 주축으로 결성됐다.

기독교선교횃불재단과 예배하는교회가 함께 마련한 포럼에서는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선교와문화학과 교수, 주상락 미국 바키대학원대 선교목회학 주임교수, 서형석 더불어함께교회 목사가 ‘프리 에반젤리즘’의 개념과 중요성, 사례 등을 발표했다.

‘혼인 잔치 식사’는 환대의 모델

‘프리 에반젤리즘: 총체적 자본과 환대’라는 제목으로 강의한 주 교수는 “환대는 크리스천이 삶의 양식과 실존을 보여줄 수 있는 프리 에반젤리즘의 핵심”이라며 크리스천이 부름을 받은 공동체에서 성육신적 헌신을 통해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대의 모델로 마태복음 22장에 나온 ‘혼인 잔치의 비유 식사’를 언급했다. 또 유대인들이 식탁에서 신앙 교육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전도하는 ‘디너 처치(Dinner Church)’를 사례로 소개했다. 간단하며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는 디너 처치는 초대교회 교부들이 신자들에게 다가가고 훈련한 방식이기도 하다.

주 교수는 “환대 사역을 하면서 복음에 수용적이고 네트워크 기반이 있는 ‘평화의 사람들’을 찾는 게 우리의 과제”라며 “탈기독교 시대에서 교회는 가정과 일터, 복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에서 각각 믿음의 공동체를 일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회 문턱 낮추는 시도 이어져야

나들목교회네트워크에 소속된 더불어함께교회에서 사역하는 서형석 목사는 나들목교회 개척 초기부터 실시하고 있는 프리 에반젤리즘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형국 목사가 2001년 서울 대학로에서 7~8개 가정 교회로 개척한 나들목교회는 비신자들이 부담 없이 기독교 진리를 듣고 진실하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한 정신은 나들목교회가 분립 개척한 6개 교회에도 전수돼 지속되고 있다.

나들목교회의 개척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찾는 이와 함께 하는 예배’는 비신자를 배려한 주일예배다. 비신자, 불신자, 비기독교인이라는 단어 대신 구도자라는 뜻을 가진 ‘찾는 이’라는 용어도 눈길을 끈다.

서 목사는 “찬양을 선곡할 때 찾는 이들을 배려해 종교적 언어가 짙은 곡들은 배제하고 쉽고 편안한 가락과 가사가 있는 곡들을 위주로 선별한다”며 “설교 전 진행되는 연극 영상 음악 등의 퍼포먼스는 설교의 이해를 돕고 메시지에 관심을 두도록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서 목사는 “전도를 복음의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더욱 총체적이고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들이 요구된다”며 “한국교회가 복음의 접촉점을 마련하고 문턱을 낮추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일어나길 소원한다”고 밝혔다.

서번트 전도, 작은 교회도 가능

김 교수는 ‘프리 에반젤리즘: 선교적 삶과 서번트 전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김 교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선교적 교회 운동’은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삶의 동반자가 돼 공통 관심사를 나누는 것을 중요시한다”며 “이는 관계를 통한 자연스러운 전도로 이어지는 건강한 예비적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프리 에반젤리즘의 사례로 경기도 용인 다릿목교회와 인천 밝은빛교회를 들었다. 2015년 개척한 다릿목교회는 지역 심방을 통해 지역민의 니즈(필요사항)를 깊이 접한 후 교회를 ‘공유 공간’의 개념으로 전환했다. 예배당과 친교 공간의 비율을 5:5로 변경해 수영장과 ‘모두의 거실’(음악회, 키즈카페) 등의 공간을 운영할 뿐 아니라 독서 및 중년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밝은빛교회는 신앙과 교회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적절한 선에서 소통하는 ‘파라솔 전도’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섬김과 친절의 프리 에반젤리즘인 ‘서번트 전도’는 작은 교회에서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