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풀·농구장 갖춘 키즈카페 열자 아이들 웃음소리로 교회 ‘들썩’

입력 2024-06-25 03:05
주일이었던 지난 23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 꿈터. 놀고 있는 아이들 주위에 앉아 있는 부모들의 모습도 보인다. 영락교회 제공

조용하던 교회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해졌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은 볼풀에서 헤엄을 치고 초등학생들은 실내 농구장에서 슛을 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가 지난달 교회 안에 마련한 ‘꿈터’의 모습이다. 교회는 평일 이용자가 드물었던 50주년기념관 7~8층을 키즈카페 형태로 꾸며 다음세대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꿈터에서 만난 교육부 총괄 방덕종 목사는 “교회가 내년 설립 80주년을 맞아 전반적인 리모델링을 기획하던 중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한 성도의 도움을 받아 볼풀 농구장 트램펄린 수유실 등을 갖췄다. 작은 걸음이지만 교회가 다음세대에 관심이 크다는 메시지를 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꿈터는 성도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열려 있다. 오후 5시까지 은퇴권사회 회원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아이들의 안전을 살핀다. 이후에도 아이가 보호자와 동반하면 꿈터를 이용할 수 있다. 꿈터 시설을 정리하던 김용화(77) 권사는 “교회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리니 봉사할 기분이 난다”며 웃었다.

꿈터가 생겼다는 소식에 부모들이 더 좋아했다고 한다. 봉사하거나 모임이 있을 때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여의치 않았는데 꿈터를 활용할 수 있게 돼서다. 최근에는 3040 부모들이 꿈터에서 모임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꿈터에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어 어른들이 교제할 수 있다.

꿈터를 자주 이용한다는 최윤선(43) 집사는 “그동안 금요기도회에 참석할 때나 토요일 봉사 하러 올 때 아이들을 계속 데리고 다녀야 해서 힘든 점이 많았다. 또 아이들이 교회 마당에서 놀면 위험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꿈터가 생긴 후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최 집사는 “얼마 전에는 교회에 안 다니는 조카를 꿈터에 데려왔는데 또 오고 싶다고 하더라”며 “아이 친구의 부모에게도 꿈터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더니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비크리스천을 위한 만남의 장소로도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앞으로 사용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찬양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설치하거나 부모를 위한 커피머신을 마련하는 등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운성 목사는 “꿈터가 아이들의 놀이와 교제의 공간, 부모의 만남 공간이 되는 것 외에도 성도들이 다음세대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곳곳에 어른들이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들이 점차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3040 담당 목회자 조언
부모에 장소·시간·재정·자녀돌봄 제공을

영락교회는 코로나 이후 급격히 감소한 3040세대를 위해 전담 교역자를 세우고 ‘3040세대 신앙로드맵’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결혼 후 출산한 3040세대를 부모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신앙로드맵입니다. 교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3040부모세대를 위해 장소·시간·재정·자녀돌봄 등 네 가지 요소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교회 내에서 영적 역동성을 가지고 사역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교회는 이들을 기존 교구 부서와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새로운 소그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현재 목양부 교육부 선교부 상담부 제자양육부 등 모든 부서에서 3040부모세대를 위한 사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일에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자녀와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소그룹 모임과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평일에는 ‘와이즈 마미’와 ‘와이즈 대디’가 정기적으로 모여 영적 소그룹 모임을 주 1회 진행합니다.

교육부에서는 어머니기도회 유니게학교와 부서별 부모 모임을, 선교부에서는 3040부모세대를 위한 4남선교회와 4여전도회의 사역을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제자양육부에서는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예배부에서는 매년 한 번씩 3040 연합예배를 드리며 교회 내 모든 3040세대가 한마음이 되길 기도합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최근 새 가족 등록자 중에서 3040세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또한 3040부모세대의 첫 출발점인 청년부가 코로나19 전보다 더욱 증가해 새롭게 만든 신혼부부 부서도 부흥했고 자연스럽게 출산하는 3040부모세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3040세대 신앙로드맵’이 단단해지면서 이탈하는 3040성도가 줄어들고 교회 전반에 이들에 대한 관심과 변화가 커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교회 곳곳에서 어르신 성도들이 “과거 영락교회 안에 3040세대가 많았던 시대가 생각난다”고 회상하시며 관심과 사랑을 아낌없이 부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3040부모세대들도 “교회가 3040세대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요”라던 분위기에서 “교회가 변화하면서 많은 관심이 느껴져서 참 감사해요”라고 고백하며 적극적으로 교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3040부모세대가 교회의 다음세대로 자리 잡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그러나 목회자와 어르신 성도들의 사랑과 지원을 통해 이들이 모이고 웃고 감사하며 섬기는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락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3040부모세대가 가고 싶고 머물고 싶고 모이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메마르고 지친 영혼들에 맛 좋고 분위기 좋은 ‘은혜 맛집’이 돼 한국교회가 다시 든든히 세워지고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병훈 영락교회 부목사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