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 위원장은 23일 출마 선언문에서 ‘수평적 당정관계’를 세 차례 반복했다. 그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黨)이나 정(政)이 민심과 다른 길을 가면 한쪽에서 견고하고 단호하게 민심의 길로 견인해야 한다”며 “어느 한쪽이 이끄는 대로 무조건 따르는 게 아니라 상호존중 속에서 치열한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당이 정부와 충실히 협력하지만 꼭 필요할 땐 합리적 견제와 비판, 수정 제안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기준은 오로지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대표 출마 후보들 중 대통령실과 가장 각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른 당권주자들은 당정관계에서 이와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한 전 위원장보다 1시간 먼저 출마 선언을 한 나 의원은 “저는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며 “각 세울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는 제가 진심으로 윤석열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역시 이날 출마를 선언한 원 전 장관은 “신뢰가 있어야 당정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심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되도록 대통령에게 할 말 하는 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전 위원장이 ‘개혁 프레임’으로 선수를 친 것”이라며 “총선 민심을 이해하고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받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압도적인 여론조사 수치가 이미 결과를 말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는 결국 조직표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며 “나 의원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대권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 쪽 조직표가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친윤계 중진 의원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한 전 위원장 표심은 나 의원(서울 동작을)·윤 의원(인천 동·미추홀을)과 원 전 장관(인천 계양을)이 나눠 갖겠지만, 반한 성향이 강한 영남권 조직표는 한 전 위원장에게 거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 위원장의 거리 두기에 대한 대통령실의 태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후보들 간에도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이라며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나는 당원과 국민들의 명령에 충실하게 따를 것”이라며 ‘당무 무개입’ 원칙을 밝혔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