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 벗어나라… 인터넷은행도 해외 개척

입력 2024-06-24 04:09
연합뉴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투자 대비 성과가 신통치 못한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으론 처음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카카오뱅크의 성패에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9일 첫 해외 투자처인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를 공식 론칭했다고 23일 밝혔다. 슈퍼뱅크는 ‘그랩’과 ‘싱가포르텔레콤’의 컨소시엄을 최대주주로 한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으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지분 10%를 투자했다.

인도네시아는 국내 은행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시장 중 하나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45%로 높은 편으로 디지털 침투율이 높고, 인구가 약 2억8000만명에 이르는 대국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으로서의 노하우를 활용한 차별화 상품으로 인기몰이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의 ‘저금통’을 현지 시장에 맞춰 출시한 상품이 대표적이다. 매일 소액과 잔금을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예금으로, 돈이 쌓여가면서 닭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디자인했다.

카카오뱅크가 해외 시장 진출 대열에 합류하긴 했지만 앞서 진출한 다른 은행들의 해외 사업 성적이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해외 자회사에서 각 230억원, 20억의 순손실을 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해외 순이익이 전년 452억원에서 332억원으로 줄었다. 개선 가능성을 보고 부실은행에 투자하는 등의 이유로 기대했던 이익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탓도 있다.

신한은행은 안정적으로 순익을 늘리고 있다. 해외 자회사 순이익이 2020년 2340억원에서 지난해 482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경기 하락을 대비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늘리면서 타행들은 실적이 나빠진 와중에도 호실적을 보였다.

쉽지 않은 여건에도 은행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성숙기에 이른 국내 금융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5대 은행이 과점하고 있는 레드오션인 국내 시장보다 성장 중인 해외에서 수익 발굴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