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으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이른바 ‘악성 임대인’ 127명이 평균 약 19억원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개한 악성 임대인 명단 127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떼어먹은 보증금은 모두 2389억6861만원이다. 이들은 평균 8개월 넘게 평균 18억9000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보증금 채무액이 가장 큰 임대인은 강원도 원주에 거주하는 손모(32)씨로 채무 총액이 약 707억원이었다. 이어 인천 부평구 십정동이 주소지인 정모(68)씨는 보증금 110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악성 임대인은 50대가 33명(26%)으로 가장 많았고 30대(30명) 60대(28명) 40대(19명) 20대(6명)가 뒤를 이었다. 최연소 악성 임대인은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이모(26)씨로 4억8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주소지는 경기도 거주자가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35명) 인천(18명) 순으로 수도권에 집중됐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상습채무불이행자’로 지정된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악성 임대인 기준은 최근 3년간 2번 이상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HUG가 임차인에게 대신 변제한 보증금이 2억원 이상인 사람이다.
다만 실제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공개된 것보다 더 크다. 지난해 9월 주택도시기금법이 개정될 당시 소급적용을 제한한 탓이다. 국토부는 악성 임대인 공개 규모를 수시로 확대하고 법 시행 이전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 명단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