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원 구성 협상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파국의 기운이 짙어지고 있다. 야당은 단독으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열고 쟁점법안 처리 절차에 속도를 내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여야가 1년씩 번갈아 맡자고 한 전날 제안을 두고 “황당한 제안”이라며 “이러다가 대통령도 1년씩 돌아가면서 하자고 하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 구성이 불법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놓고, 다음 날 바로 상임위원장을 번갈아 하자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총선 민심은 야당 중심으로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며, 이를 위해 법사위와 운영위는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국민의힘을 겨냥해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무책임하고 황당한 이중 플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거역하는데 무슨 타협의 여지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여당의 진정 어린 제안에 대해 오만한 말장난이나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부정하기 전에 스스로 무책임한 협상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없었다면 거부권이 행사될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21일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대응 방안을 모색한 뒤 오는 24일 상임위 참여 여부를 최종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국회 상임위는 이날도 여당의 불참 속에 반쪽 가동됐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야당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상정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폐기됐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전체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역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다.
‘채상병 특검법’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법사위는 법안소위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21일에는 입법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이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은 불참할 것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특히 검사 탄핵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이 탄핵소추 대상으로 거론한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사건, 대북송금 사건 등 수사 검사 4명이다.
한편 민주당은 간호법, 지역사랑상품권법, 소상공인지원법, 탄소중립법 등 4개 법안도 당론 추진키로 했다. 간호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법안 중 하나다.
김판 박민지 송경모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