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년 만에 평양 땅을 밟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최고의 예우로 맞이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제 최고급 리무진 아우루스를 추가로 선물해 화답했다. 두 사람은 아우루스를 번갈아 운전하며 친밀감을 높였다. 김 위원장은 모두 3차례 ‘동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북·러 관계 밀착을 과시했다.
19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아우루스 리무진 한 대와 차(茶) 세트, 한 해군 장성의 단검을 선물하고 다양한 예술품을 받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김 위원장에게 아우루스 한 대를 선물한 바 있다.
아우루스는 러시아산으로는 최고급 의전용 차량으로 평가된다. 모델에 따라 많게는 4000만~8000만 루블(약 5억~11억원)에 판매된다. 사치품인 이 차량을 김 위원장에게 선물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의식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뒤 아우루스를 한 차례씩 운전했다.
러시아 국영방송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푸틴 대통령은 먼저 아우루스 운전대를 잡고 김 위원장을 옆에 태워 영빈관 주변을 돌았다. 이후 차에서 내린 두 정상은 통역관만 대동하고 장미로 둘러싸인 정원을 산책하며 밀담을 나눴다. 산책을 마친 뒤에는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옆에 태우고 아우루스를 운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새벽 평양 순안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도 이 차량에 동승했다. 서로 먼저 타도록 양보하며 옥신각신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시종일관 푸틴 대통령을 극진하게 대접했다. 당초 예정보다 지각한 푸틴 대통령을 새벽까지 공항에서 기다리는가 하면, 이날 정오쯤 김일성광장에서 군과 주민을 대거 동원해 성대한 환영식을 열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의장대를 사열한 뒤 육·해·공군의 행진을 지켜봤다. 이후 메르세데스 벤츠의 오픈톱(천장 개방형) 리무진을 함께 타고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회담장인 금수산 영빈관으로 향했다.
금수산 영빈관에서 확대정상회담을 위해 마련된 탁자 중앙에는 러시아 국기의 세 가지 색으로 장식된 꽃이 놓였다. 러시아 측 배석자 수가 13명으로 북한(6명)보다 2배가량 많았다. 김 위원장은 회담을 마친 뒤 언론 발표에서 모두 3차례 ‘동맹’을 언급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