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안활동 과정에서 과도하게 수갑이나 테이저건을 사용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받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42건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인권위 권고에 대해 주로 직무·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일회성 대응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가수 김호중(33)씨는 음주운전 뺑소니로 수사받은 이후 수갑 찬 손을 수건으로 가린 뒤 대중에게 공개됐다. 김씨 팬들 사이에서는 인권침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씨는 경찰이 비공개 귀가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인권침해를 주장했다. 반면 10대 청소년들에게 경복궁 담장 낙서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일명 ‘이팀장’은 지난달 28일 경찰 조사 중 수갑을 풀고 도주했다. 이에 경찰이 마른 체격의 이팀장에게 더 강하게 수갑을 채웠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처럼 각종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의 공권력과 피의자 인권이 충돌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인권위로부터 42건의 권고를 받아 이 중 39건을 수용했다. 1건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공무를 집행한 것”이라며 일부 수용했고, 2건은 불수용했다.
인권위 권고를 유형별로 구분하면 과도한 수갑·테이저건 사용, 부당한 소지품 수색 및 보관, 통행권 제한, 부당한 주거지 진입 등 과잉 물리력 행사 관련이 가장 많았다. 이어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차별, 미란다원칙 미고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조치 부족 등 절차 준수 미흡과 폭언 등 부적절 언행, 수사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지적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인권위 권고 대부분에 대해 ‘직무교육 실시’나 ‘인권교육 실시’ 등 교육을 했다. 직무교육이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권교육이 3건(특별인권교육 1건)이었다. 나머지 3건의 권고에 대해선 각각 주의와 제도 개선, 실태조사 실시 등을 했다. 다만 직무·인권 교육은 대부분 부서장이나 지역 관서장 등 경찰 조직 차원의 일회성 교육에 그치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수립한 ‘국가인권위 권고 지원 및 관리체계 운영 계획’에서 “권고 이행에 대한 관리체계가 정립되지 않아 유사권고 반복, 이행계획 누락, 교육·홍보 미흡 등 사례가 빈번하다”며 국가수사본부가 인권위 권고에 대한 지원 및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인권침해 시비를 줄이기 위해 경찰 내부 교육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일식 치안정책연구소 객원연구관은 “평소 교육을 더 구체적인 사례 위주의 실무 교육으로 내실화하고, 경찰관 신임 교육 때부터 인권 지향적 경찰 활동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