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처럼 본을 보이는 제자훈련… 팬데믹 넘고 흔들림 없이 교회 성장

입력 2024-06-21 03:07
정의호(앞줄 가운데) 목사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용인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창립 28주년 기념행사에서 진행된 6·25전쟁 배경의 뮤지컬 ‘다시 그 말씀’ 출연진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쁨의교회 제공

용인 기쁨의교회 정의호(69) 목사는 요즘 신자들의 삶이 점점 종교화되고 식물처럼 되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신앙생활에 십자가가 빠진 채 십자가 이론만 무성한 시대라는 것이다. 헌신과 자기 부인으로 대표되는 십자가 신앙이 아닌, 자신의 유익만을 위한 안락함만을 추구한다는 우려다.

이는 기쁨의교회가 예배, 소그룹 모임, 일대일 양육이라는 3중으로 된 제자훈련 사역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경 말씀을 실제의 삶에서 살아내는 신앙을 지닌 교인을 길러내기 위함이다.

정 목사를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의 교회에서 만났다. 시종일관 미소를 띤 그의 눈빛이 단호하게 변할 때는 이 같은 자신의 목회철학을 풀어낼 때였다.

정 목사는 “과거에는 제자훈련을 받으며 헌신과 희생, 자기 십자가를 지는 신앙을 배웠다면 지금은 개인주의의 발달로 인해 하나님 말씀에 자신의 삶을 바꾸려하기보다 개인의 사생활을 터치 받는 것을 거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성경 지식에 대한 욕심은 있어도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기도와 전도에 대한 세미나와 책자는 많으나 실제로 기도하며 전도하는 사람도 줄고 있다”며 “자기 부인을 통한 신앙보다는 더 쉽고, 편하고, 누릴 것이 많은 교회를 선호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서 기쁨의교회는 교인들을 철저히 제자로 훈련한다. 많은 교회의 설교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임에도 정 목사는 짧게는 1시간, 길 때는 2시간까지도 강단에서 메시지를 전한다. 소그룹 모임과 일대일 양육도 인격적인 관계성에 의한 제자 양성에 초점을 둔다.

정 목사는 “예배로 하나님을 경배하는 ‘전체성 신앙’을 갖게 해주고, 소그룹을 통해 ‘인격적인 공동체 신앙’을 배울 수 있도록 이끈다”며 “일대일 양육을 통해서는 ‘인격적인 관계성 신앙’을 길러내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예배가 중심이 된 성도 한 영혼이 공동체 속에서 다른 이들과 인격적으로 교제하며 하나님과 영적인 관계를 맺도록 이끈다는 취지다. 하나님의 제자로 바뀌는 한 영혼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경험하는 전인격적인 훈련 과정이다.

하지만 정 목사는 제자훈련이 ‘프로그램’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예수님은 어떤 프로그램을 가지고 제자들을 훈련하지 않았다”며 “제자들과 함께 공동체 삶을 사시면서 선한 목자로 양 떼들보다 앞서 본을 보이심으로 제자들이 그 삶을 보고 따르게 하셨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제자훈련은 종교적인 제자를 낳을 뿐이라는 취지다.

기쁨의교회 교인들이 예배시간에 손을 들고 기도하는 모습. 기쁨의교회 제공

그는 이어 “제자훈련의 핵심은 다양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자의 본을 보여주는 삶이다”며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제자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셨듯, 만 명의 군중보다 한 명의 제자가 있는 교회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기쁨의교회는 지난 코로나19를 지나며 현장 예배 참석률이 크게 줄지 않았고, 교회 사역도 큰 어려움 없이 지속할 수 있었다.

정 목사가 제자훈련을 강조하는 데에는 과거 청년 캠퍼스 사역단체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경험에 더해 본인 스스로 강력한 성령 체험으로 신앙관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정 목사는 군 생활 중에 예수님을 뜨겁게 만났지만,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바쁜 직장생활 속 영혼의 갈증은 더해갔다. 결국 결단을 내리고 한국기독대학인회(ESF)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하지만 군과 직장생활이 몸에 밴 탓일까, 영적인 열매가 없었다. 이후 스스로 “내 생각을 버리고 철저히 나를 죽이는 미련한 목자가 되자”고 결심하며 매일 5시간 넘게 산에 올라 기도에 매진한 결과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하나님은 그에게 교회 개척의 뜻을 주셨다. 1996년 단 몇 명의 성도로 시작한 교회는 지금은 2000여 명의 성도가 모인다.

청년의 때 인생이 변했고 청년사역으로 목회를 시작한 만큼 정 목사는 다음세대에 관심이 크다. 그는 “다음세대가 교회를 먼저 찾을 수 있도록 영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성세대가 다음세대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고 포용하는 요즘 시류에 맞춰 목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와 세상에 뺏긴 다음세대를 되찾아 오기 위해서는 세상의 영보다 더 강한 성령의 능력이 필요하다”며 “다음세대에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영적 생명력, 살아있는 신앙을 전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목사는 시대가 변할수록 교회가 지키고 가져야 할 것으로 “성경의 본질을 회복하고 지키는 것”이라 했다. “영혼을 죽이는 율법주의적인 전통과 경직된 교회 문화를 벗어내야 한다”고 외치는 그는 교회의 대사회 신뢰 회복 방안을 묻는 말에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성도를 훈련하기 전에 먼저 목회자 훈련이 더 중요합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목회자는 강단에서 바른 말을 할 수는 있어도 성도들을 바르게 살게 할 능력은 줄 수 없습니다. 목회자 성숙도만큼 교회가 성숙하고, 교회가 성숙해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습니다.”

용인=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